계급을 고착화 시키려는 욕심과 이를 빼앗고 싶은 욕망
'요즘 문제인 건 다 가지고 왔는데, 대체 감독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후반부부터 재미가 없다.
위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84제곱미터>에 대한 다수의 평이다.
영화 〈84제곱미터〉는 얼핏 보면,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를 다 담으려 애쓴 작품처럼 보인다. 층간소음, 전세사기, 가상화폐 투자, 그리고 욕망.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표면에 드러난 문제'만'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면, 끝내 관객은 이 질문 앞에 멈춰 서게 된다.
"누가 위로 올라갈 수 있고, 누군 '왜' 그 자리를 허락받지 못할까?"
영화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34평’이라는 표현 대신 ‘84제곱미터’라는 단위를 쓴다. 이는 글로벌 시청자들을 겨냥한 탓이다. 공간의 ‘기준’을 통일시켜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가장 흔하게 쓰는 공용어인 영어를 잘 하면 어느 나라에서도 말이 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통해 자본과 계급이라는 전세계의 공통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 수단으로 감독은, 한국적 요소인 부동산을 택했다.
전세사기와 코인 등은 이를 보여주려는 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매개를 위한 매개체인 셈이다. 그러니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밖에. 글쓰기에 비유하면, 통일성과 명확성이 부족한 것. 이 때문에 <84제곱미터>는 <기생충>이 될 수 없었다.
강하늘 배우가 연기한, 주인공 노우성의 아파트 내 위치(=층수)는 ‘1401호’다. 우성은 극 중 가장 ‘평범한 시민’을 상징한다. 동시에 이 위치는 영화 속 계급 피라미드의 중심축이다. 그 아래, 1301호에는 ‘전세난민’이 존재한다. 계약서 한 장,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의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존재들이다.
반면, 서현우 배우가 연기한, 전직 기자인 '진호'는 1501호다. 제 4의 권력인 언론을 등에 업고 정보를 움직일 수 있는 위치였다.
그는 1301호 전세자에게 "시간만 좀 끌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광복절까지만 (우성 을) 경찰서에 잡아 넣으라고"라고 소리친다. 이는 1401호에 사는 우성이 8월 15일에 코인을 팔 계획이 있단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아파트의 비리를 눈 감아주고 갭투자를 하고 있는 전직검사이자 입주자 대표는, 해당 아파트의 가장 꼭대기 '펜트하우스'에 거주한다. 실질적 권력과 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지닌 자다.
아파트 부실공사 비리를 파헤치려는 진호(전직기자)가, 우성을 경찰서로 끌려가게 만들었지만 더 큰 권력을 가진 입주민 대표가 우성을 빼준 셈이다.
정리하면,
영화 초반에 모든 흐름을 설계한 인물 역시 염혜란 배우가 연기한, 입주민 대표다. 부실시공을 눈감아 주고, 부동산 투자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사건의 판을 짠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그녀에게 개인적 앙금이 있던 전직 기자가, 영화 속 피라미드의 가장 밑에 있는 1301호와 함께 복수를 도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무런 죄도 없이 ‘정상적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우성이 희생양이 된다.
물론 1301호 부부도 결국 죽음을 당한다.
우성이 모든 진실을 알게된 후, 진호에게 한 말이다.
이 모든 스토리 구조 속에서 가장 뼈아픈 대사는,
우성이 평생을 ‘영끌’해서 모은 돈이,
입주민 대표 부부에게는 “푼돈”이었다는 장면이다.
몇몇 리뷰에서는 '재미있게 시작하다가, 뒤로 갈수록 이상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이상함’이야말로 영화가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지점이라고 본다.
"그럼 처음부터 맨 위로 가면 되잖아. 왜 하필 나야? 왜 가만있는 나를 끌어들여 가지고 지랄인데, 왜?"
"너한테는 짠한 스토리가 있잖아. 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통과 아픔의 상징이야. 너는 진짜 훌륭한 메신저라니까?"
결국 모두의 욕심이 원인이었다, 그 스케일은 사회적 지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부를 공고히하고 싶은 입주민 대표, 억울함을 풀고 나라를 뒤흔들 취재를 하고 싶은 전직 기자, 어떻게든 집은 사수하고 싶은 주인공.
우리의 피라미드에서, 누가 누구를 밟고 올라서야만 하는 것일까?
그리고 혹시 '나'도 누군가를 밟고 있는 건 아닐까?를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 84제곱미터였다.
*생각을 읽는 데서 멈추지 마세요.
->함께 훈련하며 인사이트를 길러가는 자리, <통찰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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