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장미도 아니다. 고결한 백합도 아니다.
끈기의 민들레조차 아니다.
거창한 소거법까지 쓰지 않아도 되는, 너무 쉬워서 아픈 사실.
나는 풀꽃이다.
풀인지 꽃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보잘것없는 존재.
자세히 보아도 예쁘지 않다.
오래 보아도 사랑스럽지 않다.
시인의 노래는 찰나의 진심. 공백에 삼켜 잊히면 외면받는 거짓일 뿐.
아프다. 내가 풀꽃이란 사실보다,
내가 당신의 꽃이라는 게.
당신 양복 앞주머니를 장식할 수도 없는
축 처진 어깨를 똑바로 세울 수도 없는,
굽은 꽃.
나 때문에 당신의 어깨가 더 처진 게 아닐까.
견디기 힘든 이 생각이 가시로 돋치기 전에, 부디.
바람에 날려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