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자락 김밥

인생 맛 레시피(끝자락맛)

by 달삣



오랜만에 잠을 잘 자고 마루로 나오니 바람이 팔뚝을 스치고 가는데 시원함이 느껴졌다.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달력을 보니 입추라고 음력으로 작은 글씨가 쓰여 있었는데 하루 지난 주말 아침이다. 기가 막히게 절기를 딱딱 맞추는 선조들에게 경외심을 갖는 순간이다. 아직 말복이 남아 있지만 여름이 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여름날에는 무조건 찬 음식인 물 오이지 메밀국수 냉라면 냉우동 냉면을 많이 먹었고 비가 오는 날은 튀김 요리인 해물파전이나 탕수육과 잔치국수를 먹었다.


오랜만에 김밥을 해볼까 하고 남편과 미리 장본 재료를 꺼냈다.


긴장마로 야채값이 많이 올랐다. 사람 심리가 이상해서 전에 싸게 샀던 값과 비교하여 적은 금액이지만 세배로 띈 채소는 사기가 싫어졌다. 오이도 상추도 깻잎도 사지 않고 기본적인 김밥 재료만 사 가지고 왔었다.


당근은 채쳐서 볶고

고추장아찌를 다지고 쇠고기를 불맛 나라고 화유에 볶았다. 맛살 햄 계란부침 단무지를 준비하고 참기름 소금 대신 단촛물을 넣었다.


남편은 쇠고기 양념에 소금을 넣으려다 양념소금 그릇을 가스레인지에 왕창 쏟고 화유 앞에서 화를 낸다." 누가 소금 그릇 뚜껑 안 닫았어?"뚜껑을 잡다가 그냥 소금을 왕창 쏟은 것이다.

"그거 마지막으로 쓴 사람이지"하고 나니 조용해졌다. 바로 남편이었으니까


김밥을 말고 예쁘게 써니 김밥 꼬다리가 더 맛있어 보였다. 김밥 꼬다리를 쯔유 간장에 고추냉이를 풀어 먹으니 제법 고급진 맛이 났다.

"김밥 맛은 꼬다리야"하며 한동안 김밥을 안 해서 맛이 좋은데 아들은 또 김밥 보더니 당기지 않는지 문을' 탁' 닫고 들어간다.

' 뭐야 뭐야 중2도 아닌데'

생각해보니 주말에 오는 아들은 매일 아침 회사 앞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사 먹어서 김밥을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


아직 뉴스에서는 장마는 계속되고 피해 상황도 끝없이 보도되고 있지만 이 여름은 서서히 물러나고 있다. 기분탔인지 저 멀리 숲 속 매미소리도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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