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은 배려의 문제다.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고요~'


"조용하니까 얼마나 좋아"남편이 한마디 한다.


여름내 사람이 안 사는 듯 위층이 조용해서 아래층 우리는 탑층에 사는 느낌을 받았었다.


알고 보니 층간소음으로 시끄럽게 하던 세 살 다섯 살 꼬마들을 둔 부부가 소리 소문 없이 이사를 한 것이었다.


그러고는 어느 날

'띠리 리리 리 리리리'

엘리제를 위한 발라드 초인종음이 들려서 문을 열었더니 젊은 부부가 정장 차림으로 롤케이크를 들고서 있었다.


"저희가 위층에 새로 이사 올 사람들입니다. 집수리로 한 달간 조금 시끄러울 것 같아서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정중하게 이야기를 해서

"아 그러세요 알겠습니다" 대답은 했으나 잠깐의 집수리의 소음 문제보다 층간소음 노이로제에 걸린 나는 초면에 실례를 무릅쓰고 층간소음 방지 거실화를 보여주며 층간 소음 이야기를 먼저 꺼내 버렸다.


"이 아파트가 오래된 아파트이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있어요. 저희도 저희 아래층 때문에 층간소음용 거실화를 신고 생활해요 그러니 층간소음 거실화를 신고 서로 낯 붉히는 일 없으면 좋겠습니다" 하니 두부부가 적쟎게 당황을 한다.


" 아 ~네 ~집수리할 때 참고할게요. 매트도 잘 깔고 층간소음 방지 거실화도 신을게요. 공사 소음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는 롤케이크를 두고 갔다.


롤케이크를 받아 들고 문을 닫고 너무 초면에 내 이야기만 했나 싶었지만 그동안 층간소음 때문에 시달려온 나로서는 기회 될 때 먼저 이야기하는 걸 잘했다 싶었다.


그다음 날부터 위층은 대대적인 공사로 드릴 소리와 망치소리 발자국 소리가 그동안의 층간소음의 악몽을 되살아 나게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그 부부가 찾아와 양해를 구하고 미안한 표정으로 롤케이크를 건네던 부부의 모습을 떠올리니 참는 게 화가 나지 않고 소음으로만 들리며 '집수리 공사니 공사 소음이 당연히 있지' 하고 이해가 됐다.


공사 소리로 한참을 쿵쾅거리다가 공사가 끝나자 한 달 내 조용했다.


남편과 남도 여행을 하느라고 일주일을 집을 비웠는데도 위층은 아파트 엘리 베이터 공사 때문인지 이사를 오지 않아서 우리 집은 한동안 고요 자체를 즐겼다.


십여 년을 사는 동안 그동안 위층은 네 가구가 이사를 했고 층간소음 마찰이 조금씩 있었다.


첫 번째는 노부부가 살았는데 거의 층간소음은 없었지만 뭘 그렇게 맛있는 걸 해 드시는지 '콩 콩 콩'돌 절구질 소리가 간혹 들려오고는 했었다. 얼마 안 살고 그 노부부가 이사를 갔다.


이사 온 두 번째 집은 홈스쿨링 하는 남자 중학생 또래의 아이와 고학년의 여자 초등생을 둔 부부가 이사를 왔다.


이사 온 첫날부터 의자 끄는 소리와 문을 쾅 닫는 소리, 남자아이가 여자동생과 싸우는 소리에 이들을 말리는 그 아이들 엄마의 고함소리가 시끄럽게 아래층까지 들렸다.


여자아이는 빠른 발소리를 내며 다녔고 크게 노래 부르며 피아노를 쳤다.


엄마만 없으면 그야말로 아이들이 난장을 쳤다.


하루는 베란다로 뭔가 하얀 띠 같 게 계속 내려와서 가까이 가보니 두루마리 휴지를 길게 아래로 늘어뜨리고는 거기에다가 물을 뿌리며 여동생과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병아리를 사서 떨어뜨려볼까"하고 섬뜩한 소리도 한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그날 오후 밖에서 돌아온 엄마에게 층간소음 이야기를 했더니 펄쩍 뛴다.


" 학교에서 문제가 있어서 홈스쿨링 하는데 집에서도 맘대로 못하면 어떡하냐며 우리 아이들은 다 커서 뛸일이 없어요"하며 불쾌함을 내비친다. 뛰어 올라간 우리만 뻘쭘 해져서 내려왔다.


실은 이런 것이 화나게 한다.


일단 불편 이야기를 들으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고쳐갈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만 해도 서로의 관계는 좋아질 텐데 아니라고 발뺌부터 하면서 "너희가 잘못 안거야 " 하면 그때부터는 서로 감정싸움이 시작하는 것 같다.


상식적인 이웃이라면 그냥 뗑깡 부리러 남의 집 방문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날 윗집 여자가 무슨 일인지 비누세트를 가져와서 말을 걸어왔지만 어제의 일로 화가 난 남편은 비누세트를 받지 않고 돌려보냈다.


"저 거주고 맘대로 뛰겠다고 하는 거 아니야"


몇 번의 불쾌한 일들이 있었고 그 집은 이사를 갔다. 우리도 마음이 편치를 않았다.


세 번째 이사 온 집은 세 살 다섯 살 딸아이를 둔 부부가 이사를 왔다. 이사 온 첫날부터 앞산이 있는 아파트에 취했는지 펜션에 놀러 온 것처럼 밤늦게 까지 아이들과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노래를 한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오~'


아이들은 그야말로 운동장에 풀어놓은 강아지처럼 뛰어다닌다. 아빠가 딸들을 어찌나 사랑하는지 같이 잡는 시늉을 하면서 말처럼 함께 뛴다. 이럴 때는 건설사를 욕해야지


할 수 없이 위층에 올라가서 층간소음 고충을 이야기를 했다. 아래층은 머리 위에서 그 소음을 고스란히 받는다고 하니 너무너무 미안해했다. 이년 살다가 그 집도 아이들 키우기 좋은 주택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그런데 부동산에 집 소개할 때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입니다'하고는 아이들이 뛰는 장면을 사진으로 올린 것이다. 우리가 몇 번 올라간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는 또 두세 살 다섯 살 꼬마를 둔 부부가 이사를 왔는데 이 집으로 해서 우리의 층간소음피해는 극에 달았었다. 사실 세 살 너무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는 말하기가 좀 그래서 고스란히 피해를 참아왔지만 임계점이 넘어가니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코로나 시국 때문에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아이들이 뛸 때마다 머리는 지끈하고 심장은 벌렁거리고 뻐근해져 만 갔다. 머리 위에서 고무망치로 계속 쳐대는 것만 같았다.


법이 바뀌어서 맘대로 윗집을 방문도 못하니 경비실을 통해서 몇 번 이야기해도 소용없고 윗집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경비실에 말한 것만 섭섭해하며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참다 참다가 올라가서 고충을 이야기하니 그제야 층간소음 매트를 까는 시늉을 하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청소하느라 매트를 좀 치워 놨었어요" 하며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시키는데 아이들은 눈만 껌뻑거렸다. 우리만 또 나쁜 사람 만든다. 사실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 아이들은 뛰는 게 일인데 그냥 층간 소음 매트나 층간소음방지 신발만 신겨도 훨씬 부드러워질 텐데 말이다


그 후에 어른들 발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어린아이 뛰는 발은 어쩔 수 없었는지 집을 내놓고 이사를 갔다.


공사 끝나고 지금 이사 온 사람들은 점잖은 사람들 같았다. 아파트 공사할 때부터 양해 구한다고 인사를 오더니 이사 올 때는 찹쌀 시루떡을 담아 아래층뿐 아니라 이웃들 에게도 떡을 돌렸다.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인사도 빼먹지 않았다.


층간소음은 남을 배려하는 인성의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살 다섯 살 꼬마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소음도 예전 사람들보다 훨씬 없다.


간간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소리는 들렸지만 소음치고는 감사할 정도다. 아이 엄마가 집안에서는 뛰지 말라고 교육시키고 층간소음방지용 매트도 깔고 신발도 신겼다고 한다.


이런 인성 좋은 부부에게는 정말 좋은 일이 많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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