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 말처럼 쉽지 않다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버릴까 말까'


망설여질 때가 많다.


몇 년 동안 연락 안 한 카톡 지인들의 전화번호나 실생활의 물건들이다.


집안 청소를 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들어온 사은품으로 받은 문구 써진 텀블러들이 찬장 구석에 쌓여있지만 멀쩡해서 버리기가 아깝다.


예뻐서 샀지만 안 쓰는 컵, 도자기 그릇, 몇 년 동안 안 입는 정장 옷, 손 안 가는 책, 그래도 고장 난 CD 플레이어는 라디오가 돼서 소음을 참고 쓰고 있다.


그러고 보니 모셔두는 와인이나 위스키 등은 없네. 포도주와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이런 걸 오래 묵혀둬야 하는데 아쉬운 일이다.



청소하고 정리하다 버릴 때는 늘 물건을 만 지작 거리다 아쉬어지면 어쩌나 하고 버리지 않는 걸로 마무리한다.


추억이 깃든 편지나 옷 책 그릇 언제인가 펼쳐볼 것 같다고는 하지만 늘 잊고 산다.


이사라도 한 번씩 하면 버리는 물건도 나올 텐데 지박령에 씌었는지 한 곳에 오래 살다 보니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리할 때 생각나는 문구 중에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는 것은 버려라.'


디터 람스의 '적은 것이 더 낫다.'


이해되는 좋은 문구이나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은 냉장고 정리나 청소해서 정리 정돈에 그치고 버리지는 못한다.


물건을 정리한다는 것은 사는 것에 한 박자 쉬고 간다는 것도 알지만 맘처럼 쉽지 않다.


계절이 바뀌니 지난여름에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들을 추려본다. 올해도 입지 않았으니 내년에도 입을 것 같지 않은데 버리기에는 아까와 중간 박스에 넣어뒀다.

어느 책에서 보니 요상태로 몇 년 두다가 그 속에 옷이 생각 안 나면 버리라고도 한다.


수없이 정리정돈의 책만 몇 권 읽었어도 잠시 그때 몇 벌의 옷이나 그릇 정도이지 추억이 깃든 앨범 정리나 옷은 버리질 못하겠다.


아직도 옷장 맨 위에는 결혼할 때 입은 한복이 상자에 얌전히 자리 잡고 있다. 가끔 열어보면 옷도 늙어가듯 조금씩 낡아 갈 뿐이다.


약혼 때 입은 진분홍 한복은 얼룩이 생겨서 버렸다. 진분홍은 앞으로는 입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데로 그런 의미가 있죠

라는 노래도 있다. 물건도 흘려보낼 것은 흘려보내어서 필요한 이에게 가야 하는데 아직 집착증을 버리지 못하는 나이다.


모순되게도 계절이 바뀌면 다 떨쳐버리고 싶어서 또 신상 정리 정돈에 관한 책에 힘을 얻고자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간다. 이번에는 효과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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