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반지를 잃어버렸다.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덜그럭 덜그럭'


음식 먹을 때 마치 이빨과 해 넣은 이빨 틀이 맞지 않아서 불편하듯 새끼손가락에 낀 군청색 아이올렛 반지가 여름 내내 새끼손가락에서 커서 겉돌았다.


반지 끼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중년이 되니 작고 반짝이는 것들이 좋아지고 보기에도 손이 예뻐 보여서 반지를 끼기를 시작했는데 세수할 때도 잘 때도 빼질 않아서 나의 분신 격인 애착 반지 인 셈이 되었다.


아이올렛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왼쪽 새끼손가락에 꼈다. 오른쪽으로 꼈다를 여름 내내 반복을 했다. 그러다가 반지를 잃어버렸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차라리 빼놓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원래 약지에 맞춰서 낀 반지였는데 늘 끼고 있다 보니 약지 반지 자리가 눌림이 심하게 생겨서 새끼손가락에 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른쪽에 낀 반지가 아이패드로 그림 그릴 때 걸리적거려서 왼쪽으로 옮겨 낀 것 같은데 사라졌다. 그때 이후로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아니면 국수 삶을 때 맨손으로 국수를 헹구다가 개수대로 빠졌나 싶어서 음식물 쓰레기통과 개수대도 살펴보았으나 없었다.

옷 주머니 , 침대 , 소파 밑을 살펴보아도 없다.

군청색 지중해 바다를 연상하는 아이올렛 반지 알색 때문에 더울 때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리며 그리스 산토리니 바다를 상상하기도 했었는데 입추도 잘 넘기고는 매미가 극악을 떨며 울어 제키는 말복날 반지를 잃어버린 거였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반지 찾기를 그만두기로 하면서 왜 잃어버리게 된 걸까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그 더운 날에도 내 손가락을 떠나지 않았던 반지가 어느 순간부터 불편하고 걸리적거리기 시작했지만 늘 끼던 반지를 빼놓자니 허전해서 이리저리 옮기며 막 굴리다가 어느 순간에 잃어버린 게 된 것이다.


이렇게 물건에도 인연이 있는듯한데 문득 인간 관계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가까이 있는 지인들 중에 항상 곁에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은 설렘도 떨어지고 무관심해지고 긴장감이 떨어져 예의를 덜 차리며 덜그럭 거리며 소원의 관계가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에 끝이 난다.


그렇게 인연이 끝난 것들은 어느새 내 곁을 떠나간다. 섭섭하긴 해도 설렘이 없어졌기 때문에 미련은 남지 않는다.

이럴 때는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며 악의를 갖지 말고 쿨하게 보내줘야지 서로 질척거리면 추한 꼴만 보게 될 뿐이다.


반지도 나와 인연이 있으면 어디선가 나오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FM 라디오에서 디제이가 잃어버린 반지를 이사할 때 장롱 밑에서 찾았다는 독자 사연을 읽어주며 시그널 음악을 내보낸다. 웃음이 나왔다. 꼭 내 반지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애착 반지야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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