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뚜기 볶음

어쩌면 삶은 소금커피와 레몬케잌(쓴맛)

by 달삣

친정엄마가 꼴뚜기 볶음 해줘서 가져왔다.


학창 시절에 도시락 반찬으로 그렇게 한 번을 안 싸주더니 그때 못싸준 꼴뚜기 볶음을 몰아서 한 보따리를 싸줬다."엄마 뭘 꼴뚜기 볶음을 한 보따리를 싸줘요""두고 먹어 건어물 볶음이라 오래 둬도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쟎아요"대꾸했다.


전에 엄마 집에 갔을 때 우연히 밥반찬으로 먹은 꼴뚜기 볶음이 맛있어서 "엄마 이거 너무 맛있다. 중1 때 내 짝이 꼴뚜기 볶음 반찬을 도시락으로 잘 싸왔었는데 진짜 맛있었어 "


그러자 엄마는 그때는 "먹고 사느라 너희들 도시락 반찬에는 신경 못썼지"하며 내가 등에 메고 다니는 걸 싫어하는 음식 배낭에 반찬을 싸 줬다.


꼴뚜기 볶음 보따리를 배낭에 지고 집으로 왔다.

막걸리 안주로 꼴뚜기 볶음을 먹으며 1970년대 중1 시절을 회상해 본다.'뭘 맛있다는 말을 못한다니까 이걸 언제 다먹지'속으로 생각했다.


그 시절에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학교를 다녔는 이 친구 반찬도 저 친구 반찬도 콩자반이나 멸치볶음 콩나물무침 김치 볶음이나 여름에는 제부가 경악을 하는 열무김치가 많았다.'여름내 도시락 반찬은 열무 김치'


책가방에 도시락을 넣고 가는 날이면 김치 국물이 새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적이 많은데 활발한 중1이니 뛰어다니길 좋아했을 테고 학교에 도착하면 가방 밑바닥에 김치 국물이 흘러 책이 김칫국물에 젖은 적도 많았었다.


내 짝은 예쁜 도시락 천가방이 따로 있어서 가방 밑바닥이 김칫국물에 젖는 일도 없었고 도시락 반찬 매일매일 바꿔서 가져왔다. 친구들에게는 당연히 인기 폭발이었다.


분홍 소시지 김 들어간 계란말이 어묵볶음 오징어채 무말랭이 고춧잎 볶음 특히 꼴뚜기 볶음이 맛있었는데 짭조름한 간장과 설탕의 조화가 고소한 튀긴 기름과 마늘 파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그 당시 분명히 어린 맘에 집에 가서

"엄마 나도 도시락 반찬으로 꼴뚜기 볶음 해줘 "했을 테고 그러면 엄마는 빗자루 몽둥이로 등짝을 후려치며 "이년아 내가 꼴뚜기 찾아가며 장 볼 겨를이 어딨어했을 것 같다." 내 기억에는 선명하지는 않은데 엄마는 똑똑히 기억하는 것 같다.


아버지의 갑작한 실직으로 생계를 엄마가 책임지다시피 했으니 안 봐도 뻔한 스토리다.


중1 때 학부모 상담이 있는 날도 일하느라 엄마는 오지 않았는데 내 짝 엄마는 오셨다.


자그마한 키에 한복을 입고 동그마니 교실 앞에 서계셨는데 내 짝은 엄마를 보자 도망쳤다.

"엄마 안 와도 되는데 왜 왔어?"

"오늘 학부모 상담 이라며 옆집 희가 알려 줬어"

같은 반 친구 도희가 내 짝과 옆집에 살아서 짝 엄마에게 말해준 것이었다.


못 올 땔 온 것처럼 어쩔 줄 모르는 내 짝 엄마의 표정이 생각났고 내 짝 엄마의 손이 생각이 났다.

맛있는 반찬을 만드는 마이더스 손을 우연히 보았는데 식당 물 일과 요리로 손은 거칠었고 손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게 뒤로 숨겼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짝은 성 다른 오빠가 둘이 있었다. 내 짝 엄마는 밥과술을 파는 술집을 하였는데 딸에게는 험한 꼴 안 보이려고 극진 했던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으로 자란다고 내짝은 얼굴도 예뻤고 공부도 잘하고 유머도 있고 도시락 반찬까지 맛있으니 친구들을 몰고 다녔었다.


왜 엄마를 창피해했을까? 나는 엄마가 오지도 않았는데 하고 그 당시에 생각 .


막걸리 안주로 건어물 안주로는 꼴뚜기 볶음이 최고인듯하다. 건문어 건오징어 쥐포 등 중에 앙증 맛은 모양과 간장과 설탕의 조화가 기가 막힌다.

작은 오징어를 통째로 먹는 느낌도 좋다.


엄마들은 안다.

자식이 힘들 때를 요즘 주변의 아픈 사람들 간병 때문에 힘든 딸에게 힘을 주고 싶었나 보다. 딸이 맛있게 먹었다던 꼴뚜기 볶음 먹고 힘내라고 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 수가 있었다.


기죽지 말고 학교 생활 잘하라고 온갖 정성을 다해서 도시락 반찬을 싸준 내 짝 엄마의 마음을 내 짝도 아는 나이가 됐을 텐데 연락할 길은 없고 감칠맛 나던 꼴뚜기 볶음의 맛만 기억난다.


그나저나 저꼴뚜기 볶음은 언제 다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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