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의 추억

어쩌면 삶은 소금커피와 레몬 케잌

by 달삣

인생의 쓴맛을 알아야 삶의진수 맛을 느낀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에스프레소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26년간 다닌 직장을 퇴사하던 날이 그날이다.


처음 입사할 때 복도 끝의 비상구 로고의 그림이 보였는데 입사와 동시 언제 이 공간을 탈출할까 생각했었다.

그러고 26년간을 월급이라는 당근에 취해서 다녔다. 월급으로 생활을 이끌어 왔으니 감사할 일이었다.


그리고 기억의 그때 오늘 바로 비상구로 탈출하는 그날 퇴사하는 날이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날 만년 차장은

"잡지 않을게요"

한마디를 했는데 나는 그의 쾌재 소리를 들었다.

드라마에서는 잡던데 현실은 완전 다르다.


그는 윗선에서 인원 감축의 압박을 받고 있는 터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차장은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

윗사람 이어서 힘들었을 텐데 묵묵히 참아냈었다.


부서장 생일카드 쓸 때 가장 눈에 띄게 썼다. 하트도 가장 많이 그렸던 사람이다.

"부장님 사랑 내 사랑 영원한 사랑

생신 축하드려요"


사직서 쓸 때의 심정은 박수 칠 때 떠나라고 했는데 월급에 취해 너무 머물 렀나 싶었다. 나이가 제일 많은 내가 나가야지 결심했다.


유니폼 반납 사원증 출퇴근 식권 ID카드를 전산실에 반납하고 마지막 유니폼 갈아입을 때 락커를 열고 회사에서 신던 검정 구두를 꺼내고 락커 문을 닫았다.'쾅'


문을 닫으며 락커 문짝에게 말을 걸었다

'네가 그렇게 그만 다니라고 신호를 줬는데도 내가 무시하고 알뜰이 도 다녔다 '


내락 카 키는 번호키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생각이 나질 않았던 것이다.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번호를 외우질 않고 매일 손동작의 기억으로 열었던 것 같다.


이때 신호를 알아챘어야 했다. 뭐든 인연이 다하면 마음이 먼저 아는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휴지통에 구두를 버리고 직원용 출입구를 통해 걸어 나와 직장 조합이 운영하는 미용실로 향했다.

"아듀 어스 굿바이"


아직 송별회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직원 숙소에서 기다리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미용실 미용사는 그다음 해 ㅇㅇ신춘문예에 당선된 소설가였는데 머리 자르면서 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난 소설을 쓰고 있어요. 신춘문예도 여러 번 도전했는데 쉽진 않네요. 나중에 ㅇㅇ작가가 머리 잘라 줬었는데 하고 기억하세요"하고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머리를 자르고 미용실 창가에 커튼을 살짝 재치고 내가 나온 회사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26년 다녔던 그 건물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이제는 돌아 갈래야 돌아갈 수 없는 공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인연은 여기까지 라고 생각했다.


동료들이 끝날 때쯤 기다렸다가 송별회 장으로 가서 송별회로 고기 파티를 하고 커피집으로 갔다.


커피를 주문하는데 에스프레소 시다모G4커피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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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 에스프레소를 마시니 사직서 내고 퇴사의 모든 과정들이 씁쓸했었던 맛과 닮아있다는 걸 알았다.


다른 동료들도 "나도 에스프레소 한잔 더할까" 하는데 위로가 되질 않았다. 그래 동료가 아니지 이제 난 교집합 속의 부호가 아니고 그냥 아는 사람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쓰디쓴 기억이지만 결코 나쁘지만은 고독의 맛 에스프레소의 끝 맛의 시고쓴 고소한 맛이 코의 들숨과 날숨으로 차올랐다. 각설탕 같은 미래를 꿈꾸며 각설탕 하나 먹고 뜨거운 물을 마셨다.

속이 눈물처럼 뜨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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