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가하다

사는 맛 레시피(비우는맛)

by 달삣

한해 마지막 날에

냉장고 속 그 미로를

걷기로 했다.


저장 마늘청 삼 년이면 중풍도

낫게 해 준다던 마늘청


혈관청소의 보고 양파 식초


기관지염에 좋다는 생강청


마늘청 신봉하시던

시어머니는 재작년

중풍으로 돌아가시고


고혈압 환자 둘이지만 양파 식초는

시어서 안 먹는다.


기관지염에는

모시조개 봉골레 파스타가 최고고


엄마가 해준 꼴뚜기 볶음은

막걸리 안주로 마저 먹으면 되고


신호등 옆 야채가게에서 샀던

상추와 당근은 시들해져 못 먹고


참외 무 간장 장아찌도 곰팡이 나서 버렸고


늘 먹는 것은 우유 계란 김치

나머지는 냉장고 속에 들어가면

길을 잃고 헤매다 썩어간다.


냉동고로 간다.

시금치는 삶고 처박아두고

감자도 삶은 채로

얼어있.


블루베리 바나나 대봉

우유랑 갈아먹고


멸치 고춧가루 한 번씩 꺼내 말렸다.



유효기간 지난 지난 소스는

유효기간 지난 인간관계처럼

버릴까 말까 하고


야채 박스가 모처럼 한가하다.

무지개가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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