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저튼 ) 여왕 닮은 베란다 감자꽃

봄날의 산책길에서 만난 영화

by 달삣





베란다 화분에 감자꽃이 피었다.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라일락 향 같으며 약간의 생명의 비릿한 물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이번 봄에 부엌 쪽 베란다 검은 봉지 속에 던져둔 감자 껍질이 독을 품으며 초록으로 변하더니 봄볕에 감자에 싹이 났다.

물과 공기와 볕만 있는데도 생명이 자라는 게 신기했다. 쪼글거리는 표피의 감자들을 개수대에 넣어 솔라닌 독 싹을 자르고 믹서기에 갈아서 전분을 첨가해 감자전을 해 먹었을 생각이었다. 감자 싹은 충분히 도려내고 완전히 익혀먹어야 한다.


싹을 다 없애는 게

미안해서 감자 싹 하나를 얕은 종지에 넣어 물을 담아 두었더니 싹이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심을만한 만만한 베란다 화분에 옮겨 심을 작정으로 플라스틱 큰 화분을 바라보았다.


실은 이 화분에 뭘심으면 제대로 자라는 적이 없었다.


그동안 미나리, 쪽파, 방울토마토 등 심는 족족 다 시들어 버렸었다.


요번에는 잘 크길 빌며 심었더니 아예 내 집인양 자리를 잡고 잘 자란다. 감자는 구황작물로 아주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더니 하루가 다르게 크더니 어느 날 감자꽃이 핀 것이다.

'방긋'

꽃의 자태는 몹시 귀여운 흰 가발 모양이다.


마치 흰꽃이 영화 브리저튼에 나오는 여왕의 흰 가발 같이 하얗고 매력적이다.


그렇지!


진정한 여왕이라면 기근이 든 백성들에게 구황작물을 내어주고 희망을 주며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감자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유럽에서는 감자꽃을 관상용으로 키웠다는데 루이 16세가 사랑한 꽃이라고 도 한다. 진짜 인지는 모르지만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빵이 없으면 케이크 먹으라"라는 쉰소리 안 하고 자신을 꽃과 뿌리 열매까지 내어주는 감자의 마음이 진정한 여왕의 자세인 것 같다.


'너를 베란다 꽃의 여왕이라 부르고 싶다.'

손을 흙속에 넣어보니 작은 감자알이 맺히는 것 같다.


당분간 베란다 화원의 여왕은 감자꽃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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