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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삣 Jun 17. 2022

여름을 여는 열무 물국수

사는 맛 레시피


유월초이지만  날이 제 법 더워져  뜨거운 김치찌개보다 슬슬 냉면 같은 찬국수가 당긴다.


 잘 익은 열무물김치에 수를 말아 보려고  김치 냉장고 문을 열었다. 음식도 계절을 타는 것 같다. 여름김치 재료는 열무와 오이가 제격이다.


냉장고 속 신김치 통을 열어보니 새콤하지만 그렇다고 얕은 신맛은 아니며 양념과 잘 어우러져 발효가 잘된 엄마표 김치가 있다.


물론 내가 만든 물김치도 있지만  엄마의 물김치는 내가 만든 물김치보다  따라갈 수 없는 간극의 맛을 낸 다.


매년 여름이 되면 오이지와 여름 군것질을 가져가라고 호령을 할 텐데 올해는 영 소식이 없어서  엄마가 좋아하는 감자떡을 가지고 엄마네로 갔었다.


실은 엄마 집에서

  "엄마 이거 내가 가져갈게요" 하고 김치통을 가져오는데 맘이 좋지 않았다.


엄마의 조카 인숙이가 유방암으로 한 달 하고도 달포 전에  유명을 달리하자 큰 이모와 함께 우울증이 와서 꼼짝 않고 방에서 만 지낸 지 몇 주가 지났기 때문이다.


"개가 너랑 동갑인데 너무 빨리 갔어"

"....."



 문을 열고 들어 갔을 때 엄마방 커튼은 어둡게 내려져있고  TV에선 예전에 보던 '전원일기, 이산 드라마가 되돌이표로 방영이 되고 있었다.


 나는 가져온 감자떡을 냉동고에 넣으며 일부러 큰소리로 "엄마 올해는 오이지 안 담가요?"하고 물었다.


"아 그래 오이지 철을  잊고 있었네,  오이지 담가야지, 냉장고에 신오이소박이와 열무물김치가 있는데  그거래도 가져갈래? 하시기에 

"네" 하고 집으로 향했다.


거리를 갈무리하고 요리하는 것은 시름을 잊고 몰입할 수 있으며 결과물이  바로 나오기 때문에  우울증 극복에 좋다. 칼을 쓰고 불을 쓰기 때문에 몰입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신을 차려 야하기 때문이리라.  


엄마가  방문을 열고 나와 다시 예전처럼 오이지도 담고 완두콩, 햇마늘도 까서  자식들에게 나눠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와서 여름을 활짝 여는 열무 물국수는

 국수로 말아먹으니  여기저기 막 자랑하고픈 맛이 있다. 신 열무물김치와 여름 내음이 교차한다.



만드는 방법은


소면은  육수 만든 다음 삶고


 국물은 쇠고기 육수에 아무래도 msg가 들어가야 맛이 날 것 같아 남편이 일찌감치 인터넷으로 주문한  냉면육수 다시다를 풀고   만식초와 열무국수 국물을 넣어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해 놓는다.


고명은 삶은 달걀과 열무김치와 두부를 면포에 짜서 올린다.

_드라마 재방송은 도돌이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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