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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삣 Sep 14. 2024

말끔하게 슬픔 걷어내기

일상의 크로키

 

"이렇게 해서는 미스코리아에 못 나가요"

"네?"

나이 많으신 보건소의사가  건강검진결과를 보고 태어날 때부터 뼈가 약골이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당뇨수치가 오른다고 했다. 나도 모르는걸 의사가 짚어준 셈이다.

'내가 스트레스가 많다고? 매일 재미 찾아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단백질위주로 먹고 정상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해야 미스코리아에 나간다고 했다.


"내 나이가 몇인데 미스코리아를 나가요" 하고 버럭을 했다. 웃자고 한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든 꼴이 돼버렸다. 돌아오면서 혼자 키득거렸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우울해진다

 그래서 어깨가 아픈 걸까 생각이 들었다.

생각할 게 있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슬퍼지면 모로 눕는 습관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어깨는 점점 짓눌리고 통증이 더해갔다.


아픈 가족 때문에 이런저런 걱정 으로 너무 오랫동안 슬픔에 잠겨 있었고 모로 누워있었다.

 여름시작하고 가을다가올 때까지 아프다. 뭐든 다치면 백일이 걸려야 낫는다는데 백일이 지나면 어깨가 괜쟎아지질 않을까 기대해 본다.


어깨가 아파서 침 맞으러 다니니 이것도 꽤 지루한 일임을 알고 침 맞기를 그만뒀다. 아프면 아픈데로 견뎌야지 하루이틀에 말끔하게 나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친절한 여 한의사는 말끔하게 나을 때까지 침 맞으러 나오라는"글쎄 말끔하게 나을까" 싶은 맘이 든다.


부사이며 (조금도 남김없이다)라는 뜻의 말끔히 란 단어는 맘에 들었다.

모로 눕는 걸 거두고

 슬픔마음도 조금이라도 극복하고 싶어서 동네도서관에서 슬픔에 관한 책들을 빌려왔다.


'슬픔에 이름 붙이기', 

'철학이 있어야 무너지지 않는다'. 책 등을 읽어도 말끔하게 나을 날이 올까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천상병시인의 '새'시를 읽고 알았다.

슬픈 일도 기쁨도 파도처럼  매일매일 다르게 오는데 슬픔은 말끔히 걷어낼 수 없다는 것을...


 슬픈 날도 기쁜 날도 있었다고 우는 새

천상병의 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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