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갈 때마다 빨간 청양고추가 눈에 띄면 한 봉지씩 사 와 볕 좋은 베란다에 말린 지 꽤 되었다. 이걸갈아서 요리에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침저녁으로 약간씩 시원해지니 베란다에 펼쳐 놓았던 청양 고추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고추가 잘 말라있고 마침 빻아놓은 청양 고추도 없고 해서 고추를 마른행주로겉면을 닦고 가위로 갈라 고추씨를 빼는 작업을 했다.
말간짙은 빨간색이 예쁘고 고추씨는 금화같이 노랬다.
남편이약간 거들며 마른 고추 자르는 걸도와줬는데 손이 맵다고 난리가 났다.
"장갑 끼라고 해야지 손이 쓰라리네"하며버럭 한다.
"겁나 쓰라려"
" 난 모르겠는데 주부들은 이런 통증에는 원래 무뎌, 양파 매운 것 뜨거운 것 만지는 것은 일상인데 뭐"했다.
원래 그런 것은 없는데 주부들은 그런 류의 통증에는 무뎌라고 말한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아이를 낳고서는 웬만한 통증은 감내하는 편이다.'사는 게 통증아니던가'
그 순간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인남편을 팔팔 뛰게한 매운맛 이내의식으로들어오니나도 통증이느껴지기 시작한다.
"아오 왜 이리 매운 거야"
청양고추의알싸함이손에서 점점세진다.
청양고추화상이 있다더니 이걸 말하는 것 같았다. 손을 찬물로 씻고 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서 네이버에 물어보니 얼음찜질이 좋다고 했다. 냉동실에서 얼음팩을 꺼내서 만지고 있으니 통증이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손가락사이가 얼얼한 것 같다.
주부들은 이런 통증쯤은 무뎌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매운맛통증을 의식을 하니 나도 손이쓰라리기 시작한 것이다. 손가락사이가 타는 듯이 아파 온다.다음에는양이적어도 목장갑을 껴야겠다.
-모르는 지식과 의식적인 지식-
만약 지네가 자신의 다리가 많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다리들이 서로 엉켜서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을 것이다. 물고기가 자기가 물고기인 줄 안다면 그 사실을 알자마자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지네와 물고기 나비 강 산은 무의식 적인지식 즉 알지 못하는 지식을 통해 자기 존재를 인식한다. -철학이 있으면 무너지지 않는다.- 하임 샤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