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이면서도 애매모호한 분야, 마케팅
스타트업과 1인기업 대표님들을 만나면서, 많은 대표님들이 마케팅을 잘 실행하고 성과를 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마케팅에 대한 고정관념과 오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대표님들은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 필요한 마케팅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함과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초기 스타트업이나 1인 기업의 대표님들이 마케팅을 시작할 때 조심해야 할 고정관념들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후속 콘텐츠에서 마케팅에 대한 어떤 고정관념들이 있는지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위 표는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담당했던 업무들을 정리한 것이다. 마케터로서의 커리어를 이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업무가 회사에 따라 모두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하고 있는 업무를 추가한다면, 업무의 범위는 더욱 다양해진다.
이는 각 회사가 속한 산업군의 특성, 각 회사의 인력 구조나 비즈니스 등의 상황에 따라 마케팅의 부서와 마케터의 역할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첫 회사에서는 전국에 촘촘한 영업망을 둔 종합식품회사라는 회사 특성에 당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비중이 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마케팅 업무가 영업활동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 밖에 없어 매출 관리나 영업 지원 업무의 비중이 컸다.
이후 대체적으로 IT나 모바일 회사에 근무하면서, 퍼널(Funnel)로만 나누어도 여러 업무들을 경험했다. 어떤 회사에서는 플랫폼의 외부 채널 노출부터 앱 다운로드까지의 퍼널 여정을 관리했고, 다른 회사에서는 더 깊은 단계인 매출에 해당하는 Lower Funnel까지도 관여한 적도 있다. 프리랜서를 하면서는 노출과 링크 클릭을 통한 리드 확보에 집중하기도 했다.
이렇게 마케팅은 다른 업무 분야에 비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개발이나 R&D, 재무/회계 등 다른 직군과 비교해보자. 유/무형의 프로덕트를 만드는 업무는 당연히 개발이나 R&D에서 한다고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 재무나 회계 부서라고 하면, 바로 '아, 이런 이슈는 재무팀/회계팀에 문의해야지'라는 생각이 바로 들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은 좀 다르다. 그동안 경험했던 세부 업무 중 보도자료 작성은 PR, 매출 관리는 영업관리/영업지원, 오프라인 박람회 운영이나 홍보물 제작 같은 업무는 영업과 겹친다. 이렇게 다른 직군과 겹치는 업무가 있다는 것은 마케팅의 '일부'를 다른 직군의 사람들이 할 수 있거나 해 보았다는 의미다.
이렇게 마케터의 일은 회사마다, 산업마다 조금씩 다른 데다가 마케팅 업무 범위가 다른 직군하고 겹친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기준으로 '마케팅'이라는 일을 보고 판단하게 된다. 즉 마케팅을 비즈니스와 기업 내 마케터의 구성과 역량, 회사 내 다른 부서와의 관계에 따라 모두 다르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많은 스타트업이나 1인기업 대표님들은 본인이 속한 산업군이나 회사 상황에 따라 겪었던 경험과 시각으로 마케팅을 바라보게 된다. 과장해서 말하면, ‘눈을 가리고 코끼리를 만지는 듯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앞서 마케팅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내용을 설명했는데, 마케팅의 성과 측정 역시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는 마케팅이 다른 부서의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성과 측정에 있어서도 애매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식품 회사에서 주력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대대적인 TV 광고와 대형마트에서의 프로모션을 야심차게 준비했다. 그런데 마침 연구소에서 제품 개선을 완료하게 되었고, 마케팅 캠페인 시작과 개선된 제품의 생산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판매 성과는 기대를 넘어서 '대박'을 치게 되었는데, 마케팅의 정확한 기여도를 파악하기는 힘들었다. 광고를 보고 최초 또는 오랜만에 구매한 소비자와, 제품의 맛이 좋아졌다는 입소문을 듣고 구매한 소비자를 구분해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어쨌든 결과가 좋으니, '마케팅도 잘했고 연구소도 잘했고'라는 칭찬으로 마무리되었다.
2. B2B 솔루션을 판매하는 회사가 있다. 고객사의 이용 문의, 즉 리드는 홈페이지로의 직접 유입을 통해 가장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의 조회수와 SEO 키워드의 유입 조회수는 계속 꾸준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리드로 유입된, 솔루션 도입을 결정한 고객사와의 첫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떻게 솔루션을 알게 되었는지 물어보면 블로그를 보고 알았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번의 경우 성과를 인정받겠지만 뭔가 머리를 긁적일 수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성과 측정이 애매한 상황이라면 마케팅 캠페인과 제품 개선의 시기를 다르게 해서라도 어느 정도 성과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수기와 비수기의 차이가 있는 식품이라던지, 경쟁사의 움직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시기를 다르게 할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2번의 경우에는 단순한 퍼널링으로는 성과 측정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솔루션 도입은 최초 유입에서 바로 리드까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반드시 최초로 유입된 경로로 다시 들어와서 리드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고객사 내부의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고, 그러다 보면 최초 인지 경로 외에 다른 경로로 접촉하게 되는 경우다.
이렇게 마케팅의 성과 측정은 애매하다. 잘 되어도 잘 된 이유를 명확히 집어 내가기 힘들거나, 안 되었을 때는 안 되었던 이유를 반드시 찾아야겠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모바일 앱 같은 분야에서는 조금 더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서드파티 등의 솔루션을 사용해 애매함을 보완하지만, 이러한 솔루션들도 완벽한 것은 없다.
그래서 많은 대표님들은 마케팅 성과에 대한 판단에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고, 본인의 경험과 공부, 네트워크를 통해 알게 된 부분적인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성과를 판단하게 된다. 즉 추상적인 개념으로 마케팅에 접근함과 동시에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따라서 많은 스타트업이나 1인기업 마케팅이 고정관념이나 잘못된 상식에 기반하여 진행되고,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마케팅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추가로 스타트업과 1인기업 대표님들께 당부 드리고 싶은 점은, 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고정관념'이라는 어감이 조금 강해 보이지만, 이러한 고정관념은 마케팅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이 없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오해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정관념은 바로 수정하면 되는 문제이며, 사업의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 고정관념을 깨고 한 단계 더 발전하면 된다.
다음 콘텐츠에서는 마케팅에 대한 어떤 고정관념들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