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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오 Dec 12. 2016

이사

떠나가기 전

이사를 하려고 짐을 싸고 있다.

막상 떠나려 짐을 싸다 보면 정든 것들을 쉽사리 버리지 못하고 손에서 머뭇거리다 데려갈 짐도 아니고 버릴 짐도 아닌 곳에 놓아두게 된다.

이것은 언제부터 나에게 있었을까?

어느 날 내게 와서 내가 소중히도 여기고 아껴 사용하던 것들이었을 텐데

새로운 공간, 새로운 시작의 순간 앞에서 그것들은 그저 낡은 물건밖에 되지 않는 것이 쓸쓸해진다.


새로운 가구로 가득 집을 채울 생각에 신나면서도 

그 녀석들과 또 정을 들여야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학창 시절 새 학기 마냥 설렘보다는 걱정과 어색함이 앞선다. 1년은 이 집에서 연애를 했고 그리고 2년의 신혼을 보냈던 이 집을 떠나며

내가 보내온 시간도 함께 이곳에 묻어둔다.


몇 년 뒤 이곳을 지나칠 적마다 지나간 시간을 그리고 떠나기 전날 밤의 오늘을 생각하겠지.


언제나 이별은 어렵고 쓸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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