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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효원 Nov 22. 2023

아주 NICE

[깜언 베트남 14]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3)

“정말 좋아졌는데요?!”


호이아나 CC 10번 홀 첫 번째 티샷이 시원하게 날아갈 때, J 형님이 말했다. 클럽을 쥔 손에 힘이 빠지는데, 클럽을 던져놓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이때다 싶어 말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이 샷만 기억해 주세요.” “아니에요. 치는 거 보니까 진짜 늘었어요. 연습 많이 했나 봐요.” 마음에 나비가 든 것처럼 설레는 나는 순간 고래가 되었다.


아이언도 쭉쭉 잘 날아갔다. 그래서 1년 전에 헤어질 결심을 하고 다시 찾은 호이아나 라운드는 순조롭게 시작했다. 두 번째 티샷도 굿! 낯설다, 왜 이러지? 다 못 하지만 굳이, 백번 양보해서 분석하자면, 드라이버에 약하고 숏 게임에 강한 나였는데. 티박스에 설 때 생각이 많이 없어졌다. 그때는 어떻게 칠지 몰라 몸속에 수많은 근육에 이런저런 명령을 내렸었는데….


그러다 보면 근육은 너무도 많은 명령을 수행하다 렉이 걸려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가장 많은 것은 슬라이스, 가끔은 100미터도 안 날아가고 처박힐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뇌신경은 몸 근육의 실패에 화를 내다, 그것도 지쳐, 안쓰러움으로 끝을 냈다. 그런데 오늘은 별다른 생각 없이 휙 휘두르니 공이 알아서 잘 갔다. 역시 다낭 전지훈련이 최고구나!


12번 홀은 파 3, 작년에 안 되는 와중에 원 온, 파 마무리를 해 보는 이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한 홀이다. 그때 내 캐디는 나에게, 파 3 임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버를 추천했다. 워낙 비거리가 짧아 짧은 홀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실력이라고 파악한 것이다. 이번에도 당연히 드라이버를 들었는데…. 그동안 한 번도 ‘NO’를 한 적이 없는 캐디가 그립을 잡고 놓지를 않았다.


훗, 향상된 드라이버 실력을 캐디가 말해 주는군. 90개 칠 때까지 우드 잡지 말라는 김차장의 말을 고려해 5번 아이언을 들었다. 내가, 저기로, 보낼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이번에는 괜찮지 않았다. 그린 한참 전 러프에 빠졌다. 두 번째 웨지 샷은 언덕을 넘지 못했고, 세 번째는 그린을 넘어버렸다. 양파 냄새가 스멀스멀….


약간 눈빛이 흔들릴 찰나 든 생각, ‘내가 언제부터 양파 따위에 연연했다고….’ 다시 힘을 내 티박스에 섰다. 바닷바람이 귓가를 스쳤다. 바람이 다 지나고, 클럽을 휘둘렀을 때, 공은 바람을 가르고 멀리 날아갔다. 김차장과 J 형님이 동시에 말했다. “드라이버 진짜 좋아졌네.” 이번에는 진짜로 춤을 췄다. 나는 신났고, 캐디는 웃었다. ‘이 기분은 뭐야 어떡해, 아주 NICE!’(세븐틴 노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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