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하늘에 두 손을 내밀며

by 안효원

드라마 <블랙독>의 고하늘(서현진)을 보면 서글퍼진다. ‘낙하산’이란 딱지와 ‘기간제’란 한계가, 하나도 힘든데, 동시에 그녀를 짓누른다. 그녀가 선생님이 된, 중간에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념이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 길에서 자신 때문에 기간제 선생님이 죽는 것을 보았다. 장례식장에서 그가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것도 보았다.


하루하루, 아니 매 순간이 힘들다. 열심히 해도 사람들은 곱게 보지 않고, 어떻게 해도 1년 후면 떠나야 한다. 안 좋은 끝이 보이는 치열한 싸움, 이 긴 터널을 계속 가야 할까, 여기서 멈춰야 할까. 멈추면, 누군가의 기억 속에 평생 낙하산으로 남을 것이고, 다 큰 어른이 나약하다 할 것이고, 또 자신을 선생님으로 바라보던 학생들을 버려야 한다. 그 끝이 어떻든 가야 한다.


그녀를 보며 서글퍼지는 진짜 이유는 남일 같지 않아서다. 10년을 몸담고 있던 공동체에서 나는 이방인이 되었다. 이유야 어떻든 이미 벌어진 일이고, 그동안 함께했던 사람들을 미워하고 싶지는 않기에, 이방인 되기를 받아들였다. 사필귀정,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언젠가 모든 일이 제자리를 찾겠지. 억울한 마음, 하고 싶은 말이 턱 끝까지 차오르지만, 침묵을 선택한다.


그림책을 많이 읽는 아내 덕에 최근 두 권의 책을 읽었다.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과 패트릭 맥도넬의 <이보다 멋진 선물을 없어>이다. 두 책 모두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데, 답은 이렇다. “아무것도 없어도 좋았어. 둘이서 모든 것을 함께하니까.” 내게 유익을 주지 않아도,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응원하는, 한 사람.


내가 작사하고, 지난봄 손미진이 부른 모락의 <한 사람>이 생각난다. “가르치기보다는 같이 아파하고, 편 나누기보다는 작은 것도 나누고, 힘이 들어 지칠 때에 기도하며 참아내는, 예수님의 손이 되어 사랑 전한 그 한 사람.” 고하늘이 양손으로 머리를 귀 뒤로 넘기듯, 내 마음을 잘 다듬어야겠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지금 홀로 아파하는 사람을 찾아야지. 자, 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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