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김사장의 것이었다. 그가 떠난 하노이에 아침부터 비가 왔다. 김차장 출근길에 “잘 다녀와!” 인사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현지인만 있는 길모퉁이 식당에서 닭 육수 쌀국수를 주문. 적당한 시선에 여행 기분을, 적당한 무관심에 편안함을 느끼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 오, 맛있어!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여행자의 바보 미소에, 계산하던 무표정한 소녀가 웃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성 요셉 성당. 어제는 택시를 탔으니, 오늘은 바이크 타보자. 그랩으로 부르면 바로 오겠지만, 나는 데이터 거지, 앱도 없다. 지나가는 그랩 오토바이를 불러 세웠다. 요금을 맞추고 목적지로 출발! 반대쪽이라 처음부터 역주행하는 대담함에 후들후들, 마음속 RPM은 수직상승. 비에 젖은 우의를 입은 기사의 몸에서, 낯익은 냄새가 났다. 오래전, 아빠 냄새.
국민학생 시절, 폭우가 내리는 날이었다. 그때는 학교에 통학 버스가 없었고, 집에 있는 거라고는 짐 자전거 한 대. 친구들은 우리 집 교통수단보다 나은 걸 타고 집에 가고, 홀로 학교에 남았다. 한참을 기다리는데 장대비를 뚫고 푹푹 빠지는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자전거가 보였다. 아빠였다. 우의가 없어 비닐을 감싸고 왔는데, 그 비에도 일을 하고 와, 홀딱 젖어있었다.
아빠는 자기보다 아이를 훨씬 더 단단히 감쌌다. 빗소리만 가득한 아빠의 따뜻한 등에서 비와 땀이 섞인 냄새가 났다. 항상 날씨 좋은 날에는 밖에서 일하고, 집에서 쉴 때면 잠을 자 별다른 기억이 없지만, 이 냄새는 잊히지 않는다. 30년이 지나고, 아련한 그 냄새가 어느덧 내게도 일상이 되었다. 장마철 우의를 입고 논에 갔다 오면, 내 몸에서 어김없이 이 냄새가 난다.
길 위에서 만난 사내는 전처럼 젊고 강하지 않다. 힘쓰는 일은 비닐 속 아이가 다 한다. 같이 일해도, 서로 말이 별로 없다. 빠르고 큰 변화를 겪은 두 세대 사이에 큰 강이 흐르고 있음을 둘은 안다.최대한 존중하는 맘으로, 한평생 열심히 일만 한 그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 하는데, 속이 탈 때가 있다. 그때 참을 이유 하나 더 생겼으니, 하노이에서 비를 만난 건, 행운이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마스크를 꼭 써야 하나 했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타니 바로 알게 되었다. 같은 자리에 앉지 않고 말만 하는 건 개소리다. 차라리 말을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