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 아닌 자를 사랑하지 마라

[깜언 베트남 33]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비 내리는 성당. 그 안에 들어갔을 때, 지난밤 악몽이 떠올랐다. 그 전날에도 꿨고, 지난 2년간 수없이 반복된, 익숙해지지 않는 꿈. 사랑하자고 모인 곳에서의 미움과 나를 향한 비난, 그리고 암울한 미래. 베트남 오기 얼마 전, 마음을 다잡고,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여행, 친구, 자유. 눈을 뜨면 온통 행복한 것뿐인데, 눈을 감으면 시작되는 악몽. 비참한 마음마저 들었다.


몇 걸음 떼지 못했다. 가까운 자리에 엎드려 기도를 시작했다.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제가 뭘 그리 잘못한 겁니까? 이웃을 사랑하라 하기에, 눈치 보며, 할 말도 못 하고 사는 거 모르십니까?’ 문득, 10년 전 중환자실에서 비슷한 질문을 했던 게 생각났다. 그때는 내가 왜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려야 했는지 물었다. 그때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강한 생각이 들었다. ‘너는 왜 이토록 괴로워하느냐? 이웃을 사랑하라 했지, 이웃 아닌 자를 사랑하라 했느냐? 누가 너의 이웃이냐? 너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욕하는 자들이 이웃이라 생각하느냐? 그들은 너의 이웃이 아니다. 그들에게 마음 쓸 거 없다. 그들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다. 전에 말하지 않았느냐. 너답게 살아라, 재미나게 살란 말이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래도 됩니까? 이대로 가다간 망할 거 같은데, 가만히 있으란 말입니까?’ 그러자, ‘도대체 네가 믿는 것이 너냐? 나냐? 그동안 네 노력으로 그곳이 굴러갔단 말이냐? 네가 손을 놓는다고 무슨 일 생길 것 같으냐? 어떤 결과가 있든, 모두 나의 뜻이다. 너는 그냥 너다. 내가 너답게 살길 바라는 너다. 행복하길 바라는 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마지막 한 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지금껏 경험치 못한 뜨거운 불길이 마음 깊은 곳에서 타올랐다. 한참을 엎드려 울면서, 십자가에서 온갖 수모와 모진 고통을 당한 그분의 손길을 느꼈다. ‘괜찮다. 내가 다 안다. 그동안 잘 해왔다. 남들에게 잘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너는 다른 삶의 엑스트라 아닌, 네 인생의 주인공이다. 너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예수님을 따른다면서도, 십자가 고난을 멀리했다. 고통은 그저 피하면 좋은 것. 하지만 인생, 신앙의 절반에서 그 고난만큼 값진 것, 큰 위안이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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