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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주댁민댕씨 Oct 21. 2021

캠핑의 시작

최근에 남편이 차 욕심을 부렸다. 세상 차 욕심 이라고는 부려 본 적이 없는 남편이다.

결혼 후에도 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가끔 차가 필요한 날이면 아버님의 차를 빌려 사용하곤 했다.

나도 그도 차 욕심이 너무 없었다. 그러던 중 첫째가 태어났고 그때 처음으로 차가 갖고 싶다고 했다.

대뜸 '카니발'이 너무 타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반대했다. 9인승이라는 말만 듣고는 봉고차 같은 느낌의 차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무리 그래도 봉고차는 안 타고 싶은데...?" 남편은 요즘 차는 그렇게 잘 안 나온다며 나를 설득했고 우리는 지금까지 차에 아이 수를 맞춘 듯 잘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얼마 전부터 '스타리아'얘기를 계속했다. 길 가다 마주치면 "쟤야 쟤..." 하면서 내 시선을 돌렸다. 처음 마주한 스타리아는 크기에 비해 꽤나 귀엽고 단정했다.

스타리아의 장점들을 열심히 설명하는데도 꿈쩍 않는 나를 데리고 현대 자동차 대리점으로 갔고 같이 따라나서던 우진이는 결국 차 안에서 누워버렸다. 대충 보고 돌아서 나오는데 안 가고 이 차를 타겠다며 누워버린 것이다. 결국 애를 들쳐 안고 밖으로 나왔다. 잠깐인데 보고 나니 카니발 안이 좁아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창도 넓고 높이도 높다 보니 순간적으로 더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차가 없는 것도 아닌데 선뜻 사자고 하기는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해서 카니발에 정착하여 잘 사용하고 있는데 대뜸 차를 바꾼다는 말이 그리 솔깃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어느 날 동네 엄마와 등산을 가고 있는데 대뜸 계약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드디어 사고를 치는구나 싶었다. 집에 돌아와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 사용하던 차를 아버님이 쓰시기로 했다는 것이다. 기간은 거의 8년 다되었지만 사실 많이 탄 차는 아니었다. 나도 운전을 못했으니 주말에 가족들이 움직이거나 혹은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하는 명절과 여행이 아니고 서야 사실 주차장에 잠자고 있다시피 했으니, 양주로 이사 오고 나서야 내가 조금 몰고 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시댁 어른들과 이야기를 하고 남편은 차를 질러버렸다. 자신의 드림카라나 뭐라나!

남편도 차 욕심이 없다 보니 국산차로 가족들이 편하게 타고 다니면 되지 라는 마음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이미 계약을 마친 마당에 나는 반대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졌다.


드림카라더니 계약을 해놓은 이후로 남편이 달라졌다.

갑자기 차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낮에 에어매트 사진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런 건 어때?" 쇼핑에 일도 관심 없던 남편이 차박 용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로 사탕 하나 못 사는 사람인데 그런 사진을 보낸다는 것은 나보고 사달라는 얘기였다.

단호히 말했다. 나는 절대로 안 갈 테니 첫째와 둘째만 데리고 다니라고 했다.

남편은 흔쾌히 허락했고 나는 차박 용품들을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는 여행을 갈 때 짐을 많이 안 챙겨 다니는 사람이라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어딜 간다고 생각하니 정말 현기증이 났다. '호텔도 펜션도 좋은 곳이 얼마나 많은데 편하게 다니면 좋지!'라는 생각으로 캠핑은 정말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문득 어릴 적 일하시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 일 년에 딱 두 번 텐트를 싸들고 여행을 다녔던 때가 떠올랐다. 해안가 모래밭에 텐트를 치고 바다에서 참 열심히도 놀았었다. 때마다 차려놓은 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텐트를 치고 잠들었던 그때의 기억이!

여행에서 돌아오면 아빠는 베란다로 초록색 호스를 연결하며 세차도 하고 텐트도 닦아 말려 놓곤 하셨다. 그때는 몰랐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 다 일이라는 생각뿐이었다.  펜션에 갔다 와도 짐이 한가득인데 아무리 추억을 떠올려도 엄두가 나질 않았다.


결국 정말 남편과 두 아이가 사용할 만큼의 장비를 사 들이기 시작했다.

처음에 에어매트를 하나 샀다. 그리고 차량용 타프, 구이 바다, 그릇, 조리도구, 수저세트, 설거지통, 식기 건조망, 랜턴, 릴선, 배게와 수납박스까지 사고 남편은 첫 차박을 떠났다. 캠핑카와 장비 가득 함께 한 남편의 지인분 덕분에 아이들도 꽤나 즐겁게 논 모양이었다.

그리도 돌아와 아이들은 캠핑카를 사자는 말도 하고, 캠핑도 가자고 이야기하였다.

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불멍'이 얼마나 좋은 지도 들었다. 정말 꿈쩍하지 않았다.

"아니야, 엄마는 캠핑 안 좋아해." 단호했다.


양주로 이사 오고 느낀 게 캠핑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코로나 덕분에 시작한 사람들도 있지만 이미 서울에서는 주변에 캠핑 다니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는데 양주로 이사 온 이후로 캠핑 다니느다는 친구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그때마다 아이들이 캠핑 이야기를 했었지만 난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정말 단순한 말 한마디에 흔들려 버렸다. 이리도 마음이 가벼웠던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주변에 남편의 차박 용품을 하나씩 사 모아 두고 보니 창고가 꽉 차고 있다는 얘기를 했었다. 다들 한결같이 돌아온 말이 "텐드만 있으면 이제 캠핑가도 되겠네!"라는 말이었다.

'정말 텐트만 있으면 된다고? 이게 끝이야?'라는 생각과 함께 잠시 흔들렸다.

그래 화로대 침낭, 그리고 베개 3개만 더 사면 다닐 수 있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시작으로 결국 캠핑용품점을 구경 다니기 시작했다.



추천을 받아 드디어 텐트도 구입했다. 괜히 욕심내던 230만 원짜리 텐트는 저 멀리 뒤로하고 저렴하고 초보자도 쉽게 피칭할 수 있다는 제품을 추천받아 결국 구매를 결정했다.


장비를 갖추고도 쉽게 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캠핑장 자리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딱 맞았다. 주말은 정말 구경도 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했다. 식구가 많다 보니 5명이 넘어 예약이 안된다는 곳도 있었고, 두 데크를 잡아서 예약해 달라는 말도 들었다. 6명의 우리 가족을 받아주는 곳을 선별해 결국 금요일에 갈 수 있는 곳으로 첫 캠핑장을 예약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 캠핑이 시작되었다. 보통 여행을 가면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우리 가족 6명이 오붓하게 보내는 경험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기분이 새로웠다. 어른 손 하나 덜고 남편과 나는 조금 더 분주했지만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남편 혼자서 피칭을 끝내고 큰 짐들을 정리하고 나면 난 자잘한 짐들과 아이들을 챙겼다.

맛있게 구워놓은 고기를 아이들 앞으로 건네어 저녁을 먹고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화로대에 불을 피워놓고 보니 왜 '불멍'이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냥 정말 멍하니 불먼 보고 있었다. 첫 캠핑에 잘 준비하지 못해서 금세 끝나버린 불멍 시간이 아쉬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거 필요하지 않아?"라고 물으면 또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뭐 딱히 필요한 건 아닌데, 있으면 편하지! 캠핑장비가 그래 있으면 편하고 없으면 불편한?"

왜 그렇게들 캠핑장비를 늘리는 일에 끝이 없는지를 알았다. 편하다는 이유로 짐을 계속 늘려 가는 것이다. 사실 뭐가 어떻게 얼마나 필요한지를 모르니 짐을 늘리기도 줄이기도 참 복잡한 순간이 되었다. 내 마음이 혼란스럽지만 결국 두 번째 캠핑을 준비하려니 늘려야 하는 장비도 물론 있었다.


결국 아이스박스와 전기매트 타프와 웨건까지 짐을 늘렸다.

그리고 자잘한 짐들도 하나씩 하나씩 계속 늘어난다. 창고와 팬트리를 정리하며 바라보고 있는데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진심으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비워놓은 선반 들을 비집고 캠핑용품들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꼴 보기가 싫었다. 숨이 턱 막혔다.


남편이 캠핑에 대한 설명을 찾아 읽어 주었다. "산이나 들 또는 바닷가 따위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함. 또는 그런 생활."이라고 했다. 그런데 전기도 들어오고 매점도 있고 참 편한 캠핑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군대 이야기로 넘어갔다.


생각해보면 정확하다. 있으면 편리하고 없으면 불편하고, 결국 나의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을 되돌아보았다. 채우지 않고는 비움도 없다. 내 결론이다.

일단 지금까지 채워놓은 짐들을 잘 사용해보고 불필요하다 생각이 든다면 그때 비워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많이는 아니지만 식구도 많다 보니 기본적으로 채워야 하는 물건들도 너무 많다.


현타는 찾아왔지만 쉽게 발 빼기가 쉽지 않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캠핑을 왔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아이들을 보면 내 마음이 그리 쉽게 또 접어지지가 않는다.

결국 4개뿐인 체어를 돌아가며 앉기 불편하니 오늘도 체어를 쇼핑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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