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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주댁민댕씨 Nov 02. 2021

오늘 나의 표정은 어떤가요?

나의 표정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주제를 생각하고 보니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꽤나 덤덤했다. 표정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사전적 의미는 '마음속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 따위의 심리 상태가 겉으로 드러남. 또는 그런 모습.'이라고 나와있었다. 다시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캠핑을 시작으로 한 달간 나는 무척 피곤해했다. 주말의 캠핑이 끝나고 돌아오면 체력을 다 쓰고 돌아온 사람처럼 평일 동안 나의 체력을 충전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 표정을 유심히 본 적은 없지만 모습이 대충 그려진다. 평소 답지 않게 피곤하다는 말을 꽤 많이 했다. 덕분에 책도 잘 보지 않고 새벽 기상은 포기상태에 이르렀다. 그것도 내 시간을 쓰는 쉼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니 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서는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오는 것 같아 편하게 지냈다.


그렇게 캠핑 없는 한주를 쉬고 나서 월요일 아침 아이들을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이 가을이 가기 전 나를 돌보겠다는 마음으로 광릉수목원 둘레길을 찾았다. 오랜만에 만보가 넘는 기록을 보게 되었다. 걷는 동안 이야기도 하고 즐거웠다. 군데군데 물들어진 나무들 속에서 걷고 있으니 미음이 편안하고 좋아 힘든 줄도 몰랐다. 돌아오는 길에 생선구이도 맛있게 먹었다.

집에 돌아와서야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 들고 나도 모르게 누워버린 몸은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눈꺼풀을 닫아버렸다. 10분을 딱 자고 하원 알람 소리에 눈을 떴지만 몸은 쉽게 움직일 수 없없다. 그럼에도 이 가을이 가는 모습이 아쉬워 등산을 가기로 했다.



3개월 만에 찾은 산은 정말 예뻤다. 예쁘다는 말을 정말 많이 돌아온 기분이다. 수시로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었다. 눈에 보는 예쁨을 다 담아낼 수 없음이 아쉬웠다. 오랜만에 산 위에서 마시는 믹스커피는 무척 달콤했다. 그 달콤함에 입은 행복하고 가을색으로 물든 산을 바라보니 즐거웠다.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을 생각까지 더해지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행복했다.

오랜만에 산에 올라 무릎이 아픈 것 마저도 즐거웠다. 맛있는 추어탕에 맛있는 커피까지 더해지니 아이들 하원 할 시간이 다 되었다. 둘레길을 걷고 난 다음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오늘 아침 알람도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아침 기상은 포기하고 있어서 알람을 모조리 꺼두었는데 기분 좋게 일어났다.

아침 6시, 거울 속에 덤덤한 표정의 나를 확인하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셨다. 예전처럼 스트레칭을 하고 유산균을 챙겨 먹었다. 앞장만 보고 미뤄둔 책을 꺼내 들었다. 한쪽 읽고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주섬주섬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에어팟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해졌다. 이하이 노래를 들으며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 등교, 등원 준비를 하며 노래를 흥얼 그렸다. 그리고 문득 거울에 비친 표정은 덤덤하지만 밝게 빛났다. 참 다행이다. 다시 나를 회복하고 돌아온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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