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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l 05. 2024

칭찬받지 못한 고래도 춤춘다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85

칭찬받지 못한 고래도 춤춘다    

 

열여섯의 나는 문학소녀였다.

한 번은 학교 대표로 문예대회에 나갔다.

나와 후배가 창작 부문에 나란히 출전했는데

방과 후에 남아 문예 선생이 제목을 주면

90분 동안 8절지에 짧은 소설을 쓰는 연습을 했다.


문예 선생은 구성력이 좋다며

매번 후배만 칭찬했다.

글이 좋으니까 칭찬했겠지.

막상 대회에서는 내가 상을 받았다.

그래도 선생은 칭찬 한마디 하지 않고

후배가 상을 못 탄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 아이는 소설가가 되었을까?


칭찬받지 못한 기억은 오래 남는다.

그 후로 굳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습관처럼 글을 지었다.

내 안에다 주눅든 고래를 가두고

모든 말을 문장으로 만들어 속으로만 삼켰다.

말은 안 하고 머릿속으로 글만 떠올리니

언니 친구가 네 동생 벙어리냐고 물어보더란다.


살면서 어느 날인가

내 소심한 세상이 한심하고 지겨워

글짓기를 집어치우고

모든 것을 밖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시집(詩集) 따위는 다 갖다 버리고

많은 자기 계발서가 말하는 인간형이 되기 위해

단번에 세상밖으로 나를 내던져 버렸다.

나도 칭찬을 들었으면 소설가가 되었을까?


지금은 깜냥이 된다.

속이 능글능글해져 글 쓰면서 말도 잘한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문어선생흥칫뿡

#칭찬은좋은세상을만드는가장쉬운말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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