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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맺힌 핑크공주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39

by 문 정


한 맺힌 핑크공주


내가 막 태어났을 때

엄마는 하도 속상해서

우는데도 젖을 안 물렸다고 했다.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

나 같아도 그랬겠다.

아들 귀한 집에 네 번째 딸을 낳았으니.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시절에,

남자아이에게 터를 판다고 하여

내 머리를 빡빡이로 깎아 선머슴아처럼

남자옷만 입히고 남자아이로 길렀다.

지금 생각하면 그거 아동학대다.

성공은 했다.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이 생겼다.


어렴풋이 내 까까머리가 기억나는데

어린 맘에도 꽤나 충격적이었던 거다.

설마, 아들 하나 더 낳을 거라고

다섯 살까지 그렇게 키운 건 아니지?

나 왜 기억나지?


그런 헛헛함에서 온 병일까?

핑크병에 걸렸다.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핑크를 포기하진 않을 테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50대도꿈꾼다 #그래서평생긴머리 #80되면진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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