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오프닝 (231011)
한 시인은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란 시를 썼는데요,
그날도 오늘처럼
핑계대기 딱 좋은 저녁이었을까요.
하늘이 높고 푸르러서
생각났다고,
저녁 바람이 곱고 서늘해서
보고 싶다고
마음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연락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지금 저녁 하늘 위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아끼지 말고요,
우리 마음에 찰랑이는 사랑을
넘치게 표현하고
기쁘게 받아주는
하루하루 되기를 바랄게요.
서늘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가면, 내일은 스카프라도 하나 둘러야지 생각한다. 마음에도 바람이 스치니 가라앉았던 감정의 부유물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감정 하나에 그리운 이 서넛, 이 계절은 참 욕심도 많지, 한꺼번에 많은 추억을 불러앉혀 놓고는 무슨 파티라도 열 심산일까. 이제는 연락처도 모르는 사람이 그리워지는 날도 있고, 어제 본 친구의 목소리가 듣고 싶기도 하고, 이모 하며 귀여움을 떠는 조카마저 생각이 난다. 그 가운데 가장 마음을 두드리는 건, 아직도 선명한 지난 사랑의 기억들. 어쩌면 인연이었을까 곱씹게 하는 사람들, 놓쳐버린 사람에 대한 애잔함이 가을바람을 타고 오는 날엔, 이유 없이 서럽다. 역시 마음은 표현해야 하고, 사랑은 줘야 한다. 하지만,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대도 나는 변하지 않을 거란 걸 알지. 그래서 권한다. 나는 못하고, 여러분은 했으면 하는 그 말캉한 사랑. 가을이니까. 행복한 가을이니까.
원고에 인용한 시는,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입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