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엉덩이는 우리가 지킬게요!
아이유의 콘서트 방석
그러던 어느 날, 여차저차, 어찌어찌해서 예산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보수할 곳은 많고, 제작비 부족으로 양해를 구해놓았던 이곳저곳에 신세를 갚아야 될 일도 많았지만 우리는! 쇼핑을 했다. 바로 방석 100개. 방석 하나로 구름 속 같이 안락해지지는 않겠지만, 최소한의 고통은 덜어줄 수 있을 듯하여, 객석용 방석을 구매했다. 남보기에 별 것 아닌 일일 수도 있고, 한 번 오고 가면 끝인 관객을 위해서 왜 이리 돈을 쓰냐는 눈총을 얼마나 받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오래 하고 싶었고, 프로그램을 지키는 건 결국 관객이자 시청자라고 생각했기에 욕을 먹더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방석을 사는데 일등공신은 바로 담당 피디였다. 피디는 예산에서부터 모든 것을 책임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에 치우쳐 돈을 쓸 수 없는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피디는 관객을 지켜야 한다는 데 심히 공감했고, 일사천리로 실행에 옮겼다. 덕분에, 자주 오던 관객들은 정말로 편하다고 후기를 많이 남겨줬고, 제작진이 관객을 위해 얼마나 마음 쓰는 지를 우리가 생각한 이상으로 느껴줬다. 조금씩 시청자들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구매한 방석은 아이유가 콘서트에서 제공한 방석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보기만 해도 부드럽고 폭신 폭신할 것 같은 방석을 보며, 아이유가 얼마나 관객들에게 진심인지를 느꼈다. 사실 아이유 콘서트에서 방석 비용은 아주 미미할 것이다. 생색을 내려면 더 화려하고 눈에 띄는 뭔가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방석을 했다는 것은 관객들이 앉았을 때 조금이라도 편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팬들을 구석구석 살피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녀의 섬세함에 감탄을 했다.
만약에 우리 피디가 나의 제안 대신에 좀 더 때깔 나는 선택을 했다면, 분명 우리는 더 빛났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관객의 편의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더 즐겁게 일을 했다. 그것이 우리의 자부심이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