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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질토마토 Oct 22. 2023

몰라요. 없어요. 안 돼요.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해!

옛 말에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은 진리인 듯싶었다.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 지고, 할 수 없음에 괴로워졌기 때문이다. 음악프로그램은 메인이 '음악'이다. 특히 인디밴드, 인디 가수를 메인으로 하는 우리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보컬과 MR 이 아니라 <보컬과 세션> <보컬을 포함한 2인 인상의 밴드>가 주 출연자이다 보니, 각각의 사운드를 별도 소스로 녹음해 사운드를 믹싱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방송이 아니다 보니 공연 중에 실수를 하거나 사운드 믹싱이 원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각각을 녹음한 원 소스를 받아서 다시 믹싱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토튠'과는 조금 다른, 현장 녹음 사운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데코레이션을 하는 것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작업을 위해서는 출연자별로 사운드를 녹음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예를 들면, 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 보컬 5인조 그룹이 출연했다면, 각각의 채널이 하나씩 존재한다. 드럼사운만 녹음한 채널, 베이스 채널, 기타 채널, 키보드 채널, 보컬 채널 이렇게. 하지만 나는 이 과정을 몰랐고,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녹화를 잘 마치고 서울로 돌아간 밴드의 전화였다. 기타 사운드가 현장에서 좀 낮게 녹음된 것 같은데, 원소스를 보내주면 다시 믹싱 해서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확인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는 또 담당 피디에게 갔다. 이러저러한 내용을 전달하고 녹음파일을 확인했더니, 우리는 녹화 자체가 다채널로 되는 게 아니라 이미 믹싱이 된 하나의 파일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고로 수정은 불가했다. 이 내용을 소속사에 전달했더니, 짧은 탄식과 함께 왜요?...... 흑흑하는 매니저의 목소리가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귓가를 울렸다. 그래서 나는 알고 싶었다. 이들이 원하는 다채널 녹음법을. 하지만 안다고 시스템이 하루 만에 바뀌겠는가. 그로부터 한참을 나는 가수들의 요청사항에 이렇게 말했다.


"없어요" (미안해요)

"안 돼요" (미안해요)


그리고 이 말은, 왜 안 될까, 왜 없을까란 여운을 남겼고, 지금은 다 됩니다. 다 있어요로 바뀌게 됐다.


(이 에피소드는 정식 프로그램 론칭 전, 현장 공연을 주목적으로 하던 공연의 상황입니다. 방송이 메인이 아니라서 시스템이 부족한 게 많았어요)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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