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다 비싸
원래는 모든 글을 오전 11시 예약 발행한다... 그런데, 오늘... 작가 본인은 치과에 신경치료를 하러 다녀왔다. 예약발행본이 다 예약발행이 된 지도 까먹고 말이다... 그래서 오늘 올라가야 하는 글은 없지만, 그래도 브런치북은 약속이니까! 외전으로 썰 하나 풀어보려고 한다.
마침 오늘 치과에 다녀왔으니, 본인이 또 치아 교정도 진행 중이고, 신경치료도 여러 번 경험했으니 튀르키예에서 살면서 치과 등의 병원을 다녀온 경험을 나눠보자.
튀르키예에서 디저트 중의 한 종류인 로쿰 Lokum을 먹던 중 왼쪽 윗니의 금니가 떨어지는 일이 일어났다. 딱히 끈적거리는 것도 아니었고, 딱딱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떨어졌다. 먹던 중에 뭔가 이상한 물체가 씹혀서 뱉어보니 금니였던 것이다. 금이라서 딱딱한 것도 아니어서 씹던 중에 모양이 약간 변형되었다. 그래서 급하게 근처 치과를 찾아보던 중에... 치료비가 생각났다.
한국처럼 보험이라든지 내가 또 튀르키예 국민이 아닌지라 외국인에 대한 진료비 뻥튀기라든지 걱정이 되었고, 치료 능력 또한 당연히 걱정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큰 병원에 가면 치과도 교정과 라고 나뉘어 있으니 전문분야 별로 찾아보면 금방이지만 외국은 또 다를 것 아닌가. 그래서 친구들에게 추천을 받았고, 다행히도 근처에 한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는 치과를 발견했다.
Özel ProfDent Van Ağız ve Diş Sağlığı Polikliniği
(특별한 치과의 교수 아으즈의 치아 건강을 위한 종합진료소) [출처: 구글지도]
여기다. 위치로는 지도 이미지를 보면 도시 Van 반에서 Beşyol (베싀욜)이라는 로터리를 걸친 오거리가 보일 것이다. 그곳에서 시내를 빠져나가는 큰길을 따라 내려가면 (걸어서 15분 이내) 바로 흰색의 큰 건물이 보일 것이다.
찾아갔다. 이름을 말하고, 국적을 말하고, 서류를 써서 여권과 함께 접수했다. 등록비만 500 텔레였다... 아마 외국인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고, 로비에 계신 직원분이 외국인이라서 건강 정보가 튀르키예 국내에 없을 테니 서버에 등록하기 위해 등록비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어쨌든 차례를 기다려 의사 선생님과 만났다. 외국인이니 적잖이 당황하셨으리라 생각했다. 심지어 일반 대화도 아니고 의학용어를 풀어서 설명하시는 선생님을 보며 괜찮다고 영어도 조금 할 수 있다고 하니까 손짓발짓으로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이셨다.
나도 의학용어는 잘 모르고, 심지어 한국어로도 모르겠는데 튀르키예어로는 어떻게 알아듣겠는가. 여튼 이 금니가 로쿰을 먹다 빠졌다고 말하니 알겠다고 하시며 바로 진료에 들어갔다.
방식을 한국과 똑같았다. 진료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쥐잉쥐잉 기계를 만지시면 의자가 눕혀지고, 목 부분이 꺾이고, 빛이 다가오고 입을 열면 바람도 쏘고, 물기도 제거하고, 툭툭톡톡 이리저리 두드려도 보시고, 작은 거울로 보시고 하다가 금방 금니를 맞춰 붙이셨다.
금방 끝났다.
다시 로비로 내려와서 진료비를 확인하는데 당연 놀랄 수밖에 없었다. 2천 텔레였던 것이다... ㄷㄷ 집 한 달 월세가 5천 텔레인데, 절반이나 썼다는 것이다. 등록비에 진료비까지... 비싸다 비싸... 역시 비싸. 2,500 텔레면, 당시 한 끼 식사값이 못해도 40 텔레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삼시 세 끼에 간식비 포함은 16일의 식사값이었다.
그랬다. 그렇게 나는 그 달은 조금 쪼달리지만 생활비는 적은 대로 살았다. 친구도 있으니 친구 집에 가서 먹어도 되고, 독서실을 다니지는 않지만 아침도 주니까 그거 먹으면서 살았다.
그리고 또 일이 벌어졌다. 이 두 일이 가까운 시일에 벌어진 건 아니었지만, 또 로쿰을 먹다가 치아 안쪽에 반영구적으로 붙어있는 교정 철사가 끊어지는 일이 일어났다. 금니처럼 큰 조각이 아니라 작은 철사여서 하마터면 먹어버릴 뻔했다. 다행히 혀에 찔려서 바로 뱉어냈지만, 그래도 위험했다.
철사는 윗니 아랫니 앞쪽 8개씩 총 16개가 위쪽, 아래쪽 나눠서 철사로 이어져있는 형태다. 윗니 8개 중 중앙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치아가 연결된 철사가 끊어져 떨어졌다. 다행히 철사를 이어주는 교정기는 떨어지지 않았고 철사만 떨어졌다. 그래서 치과를 가려고 했지만, 가지 않았다. 밤에 잘 때 넣다 뺐다 할 수 있는 교정기를 가져왔기 때문에 이것만 잘하면 그래도 치아가 무리하게 벌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최대한 병원은 가지 않기로 했다. 진료비가 더 나올 것을 생각하면 끔찍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바로 다니던 교정과에 예약을 해서 충치를 비롯 통증이 있었던 지금의 사랑니, 교정기까지 전부 다 한 번씩 진료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