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말은 파동일 뿐

by 지나온 시간들

소리는 공기를 매질로 하는 파동에 불과합니다. 평균적으로 1초에 340m를 진행하는 종파입니다. 소리에는 우리가 하는 말이 들어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말을 하면 그것이 소리라는 파동에 얹어져 공간으로 이동하고 나에게 도달해 들리는 것입니다.


사람은 같은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때에 따라 다른 말을 하곤 합니다. 어제와 오늘 날씨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날씨가 좋다고 했다가 오늘을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같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말이 바뀔 수가 있는 것입니다.


파동은 매질에 따라 운동을 합니다. 운동이란 시간의 함수가 됩니다. 그러니 파동은 시간이 지나면 위치가 변해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파동이 어느 지점을 지나고 나면 그 파동은 다른 원인이 없는 한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파동은 어는 공간에 순간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말이란 순간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말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됩니다. 다시 그 말을 듣고 싶어도 본인이 그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는 한 들을 수가 없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는 지나간 말을 너무나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속상한 말을 하면 계속해서 그 말을 저 스스로에게 하였던 것입니다. 그로 인해 마음 상하고 속상한 것이 며칠씩 가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저에게 다가오는 언어를 순간적으로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말이건 글이건 한번 저를 스치고 지나간 언어들을 다시 저에게 돌아오라고 부르지 않게 됩니다. 한번 지나간 그 언어가 그 순간 수명이 다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가 저에게 마음 아픈 말을 하면 예전과 달리 그리 오래가지 않고 마음속에서 잠시 있다 사라져 버리곤 합니다. 더 이상 담아두지 않으니, 속상한 마음이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나를 지나쳐 버린 말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에 나와는 무관한 것이라는 생각이 저의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해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다른 사람과의 언어를 통한 상호작용에서 어느 정도 자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이라는 단순한 파동에 왜 그리 집착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리석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다 지나가 버린 것으로 생각하면 되는 것을, 왜 그리 오래도록 저 스스로 잡고 있었는지 저의 미련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에게 오는 모든 언어를 그저 지나가는 파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것도 지나가고, 좋지 않은 것도 지나가는 그저 평범한 파동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 저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저에게 나쁜 말을 하더라도 제가 그것을 듣는 순간 이미 그 파동은 저를 지나쳐 버렸기에 더 이상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파동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니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물론 저도 사람이라 아직까지는 힘들게 하는 말이 내면에 조금은 남아있지만, 더 훈련을 하다 보면 이제 타인과 하는 언어의 상호작용에서 온전히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다른 사람이 저에게 어떠한 말을 해도 상관하지 않으렵니다. 속상해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마음 쓰지도 않으려고 합니다. 그가 하는 언어는 제가 있는 공간에 순간적으로 지나가 버리고 마는 파동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를 행복하고 기쁘게 해주는 말은 오래도록 간직할 것입니다.


KakaoTalk_20230214_182002256.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주어진 시간은 얼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