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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선택과 흔적

by 지나온 시간들

삶은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한 소중한 삶의 끝은 어떠한 모습일까? 우리가 죽고 나면 어떠한 흔적을 남기고 떠날 수 있을까?


윤대녕의 <밤의 흔적>은 죽은 사람의 몸과 그 집 안을 정리해 주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외롭게 죽어간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보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오랫동안 저는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로 살아왔어요. 무려 20년 동안 말예요. 하루하루가 끔찍한 고통의 연속이었죠. 죽은 상태에서 늘 깨어 있어야 했으니까요. 그것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말했다시피 현실에서 사라지는 것밖에 없었어요. 네, 저는 진심으로 죽음을 원했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가드맨이 등장해 그것을 가로막았죠. 당신은 막 하늘로 날아오르던 새를 추락시킨 거예요.”


어떤 사람은 삶 그 자체를 고통과 괴로움의 연속이라고 생각을 하는 반면, 어떠한 사람은 삶을 그래도 살만한 것이며 사랑과 평안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의 생각이 옳은 것일까? 비슷한 형편에 처해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전부 다를 수 있다. 그러한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동해로 운전해 가는 동안 장호는 오랫동안 자신이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고립된 채로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왜 그랬던 것일까? 의도하지 않았건만 단지 그렇게 된 것뿐이라고 장호는 생각했다. 그럼에도 뼈아픈 느낌이 몰려왔다. 그동안 고유하다고 믿었던 자신의 모든 것들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고 이윽고 부서지기 쉬운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었다. 유물정리업을 앞으로 계속할지에 대해서도 이번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묵호에 도착한 장호는 식당에 들어가 어시장 앞에서 오랜만에 생선찌개를 먹고 저녁의 해안도로를 따라 삼척과 울진의 경계인 임원항에 이르렀다. 그곳은 장호가 대학에 다닐 때 혼자 여행을 왔던 곳이었다. 기이할 정도로 사위가 훤한 밤이었다.”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한 시각과 그로 인해 남기는 흔적은 오로지 나에게 달려있을 뿐이다. 삶을 외롭게 살아가건, 다른 사람과 어울려 따뜻하게 살아가건, 그것은 오직 자신의 선택일 뿐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떠한 일을 하고, 어떻게 일상을 꾸려나가는지는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의할 수밖에 없다. 그 누군가가 우리의 삶에서 선택을 강요할지라도 그 최종적인 결정은 자신이 할 뿐이다.


삶이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라도 행복과 불행은 나 자신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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