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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pr 30. 2022

이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무언가와 싸운다는 것은 나 자신이 점점 지치고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 무언가가 사람이건, 어떠한 일이건, 병이건, 죽음이건 마찬가지이다. 싸워서 이겼다고 해서 승리라는 영광과 성취감 그리고 만족감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본인 또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커다란 것을 잃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물론 그러한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 애처 싸우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싸워 이겨서 자신이 목표했던 것을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얼마가 가치가 있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고 나서 후회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삶에는 싸워서 이길 수 없는 것들도 많이 있다. 불치의 병이나 죽음 같은 것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이다. 어차피 패배가 자명한 사실일 뿐이다. 차라리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싸움을 그만둔다면 새로운 삶이 보일 수도 있다. 


  내가 상대하지 말아야 할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나와 다른 길을 가야 할 사람이라면 싸울 필요가 없다.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게 내버려 두고, 싸움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서로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싸움 자체는 아예 의미가 없다. 오히려 서로에게 더 커다란 상처를 남길 뿐이다. 


  싸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일지 모른다. 싸우지 않으면 나의 존재가 무시당하는 것 같고, 화가 나고 분노가 생기고 증오가 올라오기는 하지만 용기를 내서 이를 피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 


  차라리 이길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싸움을 시작하지 않거나 싸움을 멈추는 것이 진정 나를 위한 길일지도 모른다. 


  싸워나가는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오히려 그 싸움보다 더 소중할지 모른다. 의미가 있는 싸움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나서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바로 그 순간 멈추는 것이 소중한 나의 삶을 위한 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많다고 해서, 내가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인정하고 보다 나은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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