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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 Jun 22. 2020

여행 시작하기

여행 읽기

#1

 내가 스물한 살 되던 해. 부모님이 물려주신 튼실한 하체로 경주에서 임진각까지, 550km를 종주하였다. 걷고걷다 보니 동요의 한 구절처럼 '자꾸 걸어 나가다 보면'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세계일주라는 광대한 꿈을 가슴에 품었다.

 막연했던 꿈을 실행에 옮기려니 이미 난 직장이란 곳에 발을 들여놓은 후였다. 여느 직장인처럼 여행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못하였다.

 학생이라 시간은 많고 돈은 없던 시절, 나중에 나 스스로 돈을 벌게 되면 꼭 여행을 떠날 거라 장담했던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돈이 있어도 시간이 없어 원하는 여행을 가기 힘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내 안에서 꼬물거리는 그 바람들을 그저 아쉬움으로 꾹 눌러버리고 있기에는 난 아직 너무 젊었고 소망은 간절했다. 부족한 시간에 맞춘 세계여행 절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세계를 한 번에 다 돌 수 없다면 나는 내 여건에 맞게 나눠서 가면 되지 않겠냐고 마음먹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뿐이지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몇 달 뒤 꿈을 이루기 위해 배낭을 꾸리고 마음속에 세계지도를 펼쳤다.


#2

 늘 끝이라고 생각했던 길에서 난 또 다른 새로운 길을 만난다. 그러니 어떤 길을 걷게 되든 그게 설령 너무 힘든 길이라 해도 저 어딘가엔 분명 희망으로 연결되는 또 다른 길이 펼쳐질 것임을 믿는다.

 내가 힘들 때 여행은 당장 내게 기대했던 해답을 주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내가 걸어온 길들이 어렴풋한 추억이 될 때쯤이면 내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그 답은 이미 내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3

 그저 낯섦이 좋아 떠나고 돌아옴을 반복하던 나는 이제 떠나면 일상이 그립고 일상에선 다시 떠나기를 갈망한다. 내가 향한 그곳도 시간이 지나면 일상이 되어버리고 늘 머무르는 일상도 하루하루 쪼개어보면 항상 떠남의 반복이다. 이제 나에게 떠난다는 것은 살아감을 의미한다.

 궁극의 목적은 결국 우리가 세상에 보내진 이상 좀 더 ‘잘 살다’ 가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더 나은 인간으로 제대로 살다 가기 위해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스스로를 수양해 나간다.

 난 태어나기를 방황하며 깨달음을 얻도록 운명 지어졌기에 이렇게 발품을 팔아가며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을 성장시켜나간다.


#4

 여행에서 돌아와 여행담을 늘어놓는 것이 내 소소한 행복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그 행복을 나누고 싶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여행길이 막혀버려 여행의 갈증을 느끼는 이들, 백만 가지 핑계로 떠나기를 망설이고 있는 이들이 잠시 떠나는 여행 대신 읽는 여행으로 그 마음을 달래보기를 권해본다.   

 길 위에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의 행복한 장면들을 기록했다. 내 글을 따라 눈을 옮기는 그대들도 꼭 그만큼 행복해졌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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