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마인드, 우리는 한 식구
관계 밀도의 차이, 중소기업
스타트업이라고 미화해서 이야기하지만, 규모로만 이야기하면 여기는 그냥 중소기업이다.
대기업과는 복지 수준도 다르고, 사람들 간의 문화도 크게 다르다.
그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차이는 ‘밥 친구’ 문화다.
소위 대기업에 다닐 때는 점심시간에 밥 먹는 사람의 다양성이 있었다.
매일 얼굴을 보는 같은 팀 사람들과는
일부러라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같이 밥을 먹지 않았다.
다른 팀, 다른 본부 사람들과
심지어 회사 외부 사람들과
일부러 연락하고 약속을 만들어서 식사를 하곤 했다.
회사 내에도 워낙 다양한 직능의 사람들이 있고,
이들과 적당한 관계를 유지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보니,
꼭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진행해야 할 업무 효율을 위해서라도
그건 인정할 만한 노력이었다.
그런데, 이곳 중소기업으로 옮긴 이후로는 정말 달라졌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거의 매일
같은 팀 사람들과 점심을 같이 먹는다
같이 밥 먹는 사이라면 식구 아닌가
사실, 거의 매일 같이 밥을 먹는 사이라면 이미 “(준) 식구” 아닌가?
게다가 그 회사의 실적에 따른 경제적 운명 공동체적 성격도 강하다.
아무래도 매출이 안정적인 대기업과는 달리,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매출 변화가 심한 중소기업이다 보니
나쁠 때 같이 가슴 졸이고,
좋을 때 같이 기뻐하는 공동체 마인드가 훨씬 더 강할 수밖에 없다
<좋좋소> 이야기
최근, 왓차에서 하는 중소기업 애환을 다룬 웹드라마 ‘좋좋소’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
대기업, 대형 종합광고대행사에 있을 때 봤으면 별로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마침 작은 회사로 이직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보니,
조금 더 입체적으로 공감이 가긴 한다.
좀 짜증 나는 상황이나 인간들도 있지만,
크게 보면 나름 작품성 있는 휴먼 다큐멘터리로 보이기도 한다.
작은 앵글로 보면 아웅다웅 서로 눈치 보고 질시하고 힘들게 하는 사이지만,
결국 그들은 한 장소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같이 웃고, 울며 뭔가를 만들어 낸다.
스타트업이라고 모여서
애자일이라고 매일매일 엎어라 뒤집어라 하는 우리도
멀리서 크게 보면 이런 것 아닐까 싶다.
회식비 찢어 쓰기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주는 팀 회식비가 있다.
저녁 술자리로 먹으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일차 회식할 정도의 비용이다.
물론 고마운 돈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더 보람 있고 감사하게 쓰기로 했다.
매일 월요일 점심 회식이다.
주말 동안 지난 이야기도 하고, 이번 주 새로운 일 이야기도 한다.
어쨌거나 누구나 힘든 월요일에 회사 돈으로 밥을 먹는다는 사실은
월요일 아침 출근에 쥐꼬리만큼이라도 좀 응원이 되기는 한다.
그리고 한 주의 나머지 날들은 각자 엔빵으로 점심을 같이 먹는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커피는 가끔 그래도 연장자인 내가 내기도 한다.
이렇게 일 년이 지나면 암튼 직원들이랑 엄청 친해질 것 같기는 하다.
가족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