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가 이러는 건 다 아빠 때문이야.’
음주가무에 능하구먼, 넌 역시 조르바의 삶을 사는구나.
지인들이 나에게 종종 하는 말이다. 한량 같은 느낌이 있어 기분이 별로냐고? 전혀 아니다.
어깨와 골반이 들썩이며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진정 조르바인가. 내 핏속에 그의 유전자가 진하게 흐름을 문득문득 느끼며 살고 있다.
맞다. 그리스인이 아닌 한국인인 내 아빠는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고, 떠들기 좋아했던(경상도 남자였는데도 말이죠) 조르바이다.
“음주가무”는 술을 마시며 노래와 춤을 즐긴다는 뜻이라고 나온다. 하지만 중요한 추가사항이 있다. 모름지기 노래와 춤을 벗 삼아 술 마시며 ‘잘 지껄이고 놀 수 있는 능력’. 그래서 그리스인 조르바는 책 한 권 분량의 수다를 떨었고, 우리 조상들은 시를 읊으며 놀았다지...
현세대 우리의 술자리 마지막 코스는 리듬 있는 지껄임을 할 수 있는 노래방이기도하다.
나는,
자칭 애주가로 조주기능사 시험에 패스했으며
재즈댄스, 살사, 줌바를 취미로 배우고
보컬트레이닝을 받으며 가끔 자작시를 쓰며 논다.
다시 소개하자면,
애주가로 조주기능사 필기만 56점으로 겨우 합격한 상태이며
몇 가지 춤을 짧게 접해봤으며
에코 없이는 노래 부르기 힘든 별 볼 일 없는 실력이고
술만 마시면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저질 단어로 구사한 자작시를 읊어대는
뭐 하나 끈기 있게 하지 못하지만, 잘 지껄이고 놀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났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요약하자면,
그는 선생님 뒤에서 지껄이다가 1년 내내 반성문을 썼다. 그 덕분에 명필로 주변에서 인정을 받았다.
젊을 때는 기타 코드보다, 여자 손을 잡는데 주력하다가 아내를 만났다.
중년에는 끼를 발산하지 못해 지루박에 발을 들여 그의 아내가 무도회장을 뒤집어엎은 일화가 있다.
또 노래자랑 참가, 티브이 출연으로 목소리와 얼굴을 전파했다.
그와 나의 삶에서 음주가무와 수준 높은 지껄임이 없다면 그건 팥소 빠진 붕어빵이다.
우리의 유쾌하고 가슴찡한 이야기를 펼쳐보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