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구글 드라이브에서 우연히 발견한, 5년 전 정도에 내가 썼던 글을 조금 수정한 글이다. 나는 누웠다 하면 자는 편이라 불면증 따위는 평생 없었던 줄 알았는데, 과거에 썼던 글을 읽어보니 5년 전 나는 불면증으로 고통스러워했었다. 나는 이러한 사실에 조금 안도하는 편이다. 고통도 잊힌다는 것이니깐.
오늘도 밤이 왔다. 일도 없어서 집에서 멍하니 앉아 무얼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시간을 보내다 보면, 밤이 오는 것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눈이 무거워지거나 배가 출출해졌다 싶을 때, 창 밖을 보면 어느새 밤이 와있다. 그리고 밤이 되었을 때, 그제야 나는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간다.
내 집은 옥탑방 원룸이라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담배를 태울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애연가로서 상당히 좋은 집이다. 그럼에도 나는 낮에는 어지간하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편이다. 나를 향해 내리쬐는 햇빛이 입 속의 쓴 맛과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텁텁한 연기 맛을 선명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이 온다. 저너머 고속화 도로에 쌩쌩 달리는 차들의 소리 큰 마치 저승의 강물이 흐르는 소리처럼 샤아아 샤아아 울어대고 깜깜해진 도시 위로 교회의 붉은 십자가들이 묘비처럼 곳곳에 박혀있어, 마치 나 말고는 모든 것이 죽어있는 듯하다.
‘여기 사람 있어요! 사람 있어!’
혹시나 나 말고 또 다른 생존자가 있을까 목 놓아 외쳐본다.
이 망해버린 세상에서 나와 같은 생존자가 있으면 정말 반갑겠지.
같이 텅 빈 거리에서 손을 잡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식당에 가서 술잔을 기울이고
아무도 없는 차도에서 머스탱을 타고 시속 300km로 질주도 할 수 있겠지
망해버린 세상에서 말이지.
비열한 상상을 하며 담배를 꺼낸다.
죽어버린 놈들을 위해 담배를 입에 물고 분향하듯 한 모금 붉게 빤다.
그리고 붉게 타오르는 밤하늘 아래에서 담배 연기를 후욱 내뱉는다.
과연 맛이 좋다.
그리고 이내 해가 뜨고 아침이 온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람들은 부활하여 바삐 움직인다.
'살아있었구나. 모두. 참 다행이야'
안도와 함께 일종의 배신감이 든다. 다들 잘도 살아있었으면서 왜 날 찾지를 않은 걸까.
그리고 찾아오는 부끄러움.
햇빛은 아직 차갑게 식은 나의 몸뚱이를 예열시키지만,
어디에도 갈 곳이 없기에 다시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행복한 꿈을 꾸길 기대 하며, 미룬 잠을 잔다.
언제나. 꿈. 같은. 날이었으면.
내일은. 눈을. 떴을 때. 제발. 행복한. 기분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