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적인 흐름이 불연속이 되는 순간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직장생활이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당황스러운 것은 회사에서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은 그대로라는 것이었습니다. 팀도 그대로였고 만나는 사람들도 그대로였고 다른 사람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도 그대로였습니다. 비로소 달라진 것은 나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소위 말하는 번아웃이 왔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스리는 책도 읽고 대화도 많이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찾아오는 번아웃과는 다른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익숙했던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어긋나고 이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치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고 아무 생각 없이 쓰던 어떤 단어가 너무나 어색하게 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돌이 켜 생각해 보면 그 변화는 결코 한 번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천천히 쌓여가던 균열을 어느 순간 어떤 사건들을 계기로 조금씩 감각적으로 느끼게 되었을 것이고 전체 바닥을 보는 어느 순간 수많은 균열을 비로소 인식했을 뿐이겠지요.
균열을 느끼도록 촉발했던 몇 가지 사건들이 기억납니다. 그중 하나는 10년이라는 두 자리 숫자에 대한 의미부여였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사춘기를 느낀다는 3년 6년 9년은 아무런 인식도 못하고 지나갔습니다. 시간은 연속적으로 흐르지만 10년이라는 숫자의 경계를 짓는 순간 뭔가 변해야 된다고 변화를 느껴야 한다고 은연중에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도 듭니다. 스스로 연속을 불연속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때부터 하나하나의 연속적인 사건을 불연속적인 변화로 인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의 건강에서부터 시작해서, 일을 하는 방식, 일을 대하는 태도,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 일을 잘한다는 것의 정의, 회사에 대한 생각 등 회사생활 전반에서 균열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을 직장 2막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직장이라는 공간은 같지만 기존과 방식과 완전히 구분되는 다른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는 기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직장생활 은퇴라는 이벤트를 기준으로 인생 2막이라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연속을 불연속으로 갈라놓는 명확한 계기가 있기에 많은 사람들은 인생 2막의 존재를 쉽게 인식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준비하고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모든 사람들이 하고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요.
그러나 직장 2막은 무언가 변화가 찾아온다는 느낌은 어렴풋이 들지만 그것이 무언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를 포함한 많이 직장인들이 공통적인 혼란을 느끼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번아웃으로 슬럼프로, 또 누군가는 나이 듦으로 열정이 줄이 듦으로 이해합니다. 상황에 대한 인식이 어렵고 오판하는 경우가 많아 그 혼란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습니다.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동시에 직장 2막을 어떻게 느끼고 인식하고 변화하고 대응할 것인지가 남은 직장생활 20년을 잘 보내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과 필요를 나누고자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장 2막의 1부 균열'에서는 직장 2막으로 넘어감을 느꼈던 순간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각각의 순간은 오랜 기간을 두고 산발적으로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나타났습니다. 제가 느꼈던 균열의 순간을 읽으며 직장 2막이라는 새로운 챕터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인식을 바탕으로 2부 3부를 함께하며 변화를 온전히 준비하고 함께 대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