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예측력에서 미분적 움직임으로

내가 맞춰야 할 과녁이 바뀌었음을 아는 것

by Yoo

최근 직속 임원분과 30분 정도 면담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특별한 주제는 없었고 주로 최근 임원분께서 느끼는 변화와 제가 느끼는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역량'에 대한 고민과 불안감은 리더십 포지션에 있는 임원이나 실무 포지션에 있는 저 모두 공감 가는 주제였습니다. 본 글에서는 직장 2막의 경계에서 느낀 내가 쌓아온 역량과 지금 필요한 역량, 앞으로 필요할 역량의 어긋남과 균열야기하고자 합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제가 감흥을 얻는 순간은 무언가 나는 생각하지 못했던 '우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다른 이의 생각'을 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강연을 듣는 것을 좋아했고 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강연을 들을 때는 다시는 보지 않을 메모이지만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만나 폭발하는 순간을 남겼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형광펜과 볼펜을 들고 줄을 긋고 들었던 생각을 마구 메모했습니다. 다른 이의 인사이트 있는 생각을 들었을 때는 그 사람에 대한 존경과 호감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회사에서 경영조직에서 일하면서는 위대한 경영자들의 자료를 접하며 마치 내가 사장이 된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초년차 때는 회사에서 수십 년 일하신 선배님 임원들에게 기대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음에 실망하고 때로는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옆에 있는 단지 사회생활을 조금 더 먼저 하거나 경험을 쌓은 사람일 뿐인데 그들을 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으로 신격화하거나 전문가에 대한 과도한 미를 부여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경험과 생각으로 문제를 풀어 미래에 적절한 해답을 내는 '예측력(이렇게 저렇게 하면 이런저런 상황에서도 문제가 잘 해결될 거야)'을 가장 중요한 역량이자 가치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예측력을 신봉했기에 나도 그것을 갖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나의 생각을 들었을 때 내가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체 판을 넓게 보려 하고 깊게 보려 하고 벌어질 상황을 예상해서 그 사이를 절묘하게 꿰뚫는 무언가를 제시하고 싶어 했습니다. 스스로 만족할만한 관점을 찾았을 때 즐거웠습니다. 또 그것이 받아들여졌을 때 내가 무언가 가치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측력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안정적인 변화를 전재로 합니다. 과거의 패턴과 현재의 상황을 기반으로 벌어질 미래를 상상하고 그에 필요한 무언가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빠르지 않을 때는 세상은 내가 예측력을 발휘하는 시간을 기다려줍니다. 넓고 깊게 고민하고 바람을 살피고 천천히 활시위를 당길 수 있습디다.


그런데 최근 느끼는 것은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는 것입니다. 3개월 전이 다르고 1개월 전이 다르고 1주일 전이 다르고 심지어 오전과 오후도 달라집니다. 세상의 변화가 그만큼 빠르다는 이야기도 맞지만 이것은 단지 세상의 변화만을 말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직장 2막에서 상대하는 사람들의 성격이 변화함을 말합니다. 직장에서 연차가 쌓이며 자연스럽게 내가 상대하는 사람의 직급이 올라가는데 그들은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크고 따라서 생각의 변화가 상당히 빠릅니다. 기본적으로 상황을 읽지 못하면 그것이 생존과 직결되기에, 딱 맞는 정답보다도 약간은 설익었을지라도 당장의 움직임이 더 중요해집니다. 순간의 변화의 기울기를 미분적으로 해석하고 결론을 내고 움직이는 것이 요한 역량인 것이지요.


이러한 요구되는 역량의 변화는 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습니다. 단지 어떤 균열과 어긋남을 느낄 뿐이지요. 기존에 확신하던 성공의 법칙을 가지고 일을 했는데 자꾸 화살이 빗나갑니다. 내가 뭔가 중간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을 것이라 판단해 더 열심히 고민합니다. 영점 조절을 하고 다시 한번 화살을 쏘아도 맞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더 깊고 넓은 고민과 성찰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과녁에 맞지 않습니다. 그동안 과녁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사실은 고정된 과녁에서 움직이는 과녁으로 게임의 룰 자체가 바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어느 순간 내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역량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순간 혼란에 빠집니다. 또한 그랬습니다. 나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서 더 쏟아붓고 그래도 안되면 더 해보고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지침의 순간에 접어듭니다. 어떻게 해도 안되니 무언가를 가져가기가 두려워 속도가 느려지고 속도가 느려지니 변화에 더 못 맞추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노력이 아닌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직장 2막이 다가왔음을 깨닫는 인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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