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할 때

그때의 정답이 지금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

by Yoo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반드시 프로젝트로 만들어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 365일 그냥 계속 뭔가를 열심히 하는 방식이 아닌, 명확한 목표/범위/시점을 가지고 단기적으로 밀도 있게 하는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그래야 시작과 끝이 명확해지고 깊게 고민해서 파고들어 갈 대상과 시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누구보다 깊게 고민하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에서 때로는 희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하는 저의 사상과도 일치하는 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때문에 어떤 문제를 만나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순간 나의 삶의 24시간은 그 고민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심지어 꿈어서도요. 이러한 시간 속의 모든 대화 모든 생각 모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풀고자 하는 문제와 연결 지었습니다.


폭발적으로 달려가는 경주마처럼 프로젝트 초기에 어마어마한 고민을 쏟아부어 단기에 문제의 방향성을 잡고 커뮤니케이션하며 무언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도파민도 맛보았습니다. 그 고민의 끊을 놓고 싶지 않아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저녁 7시까지 점심/저녁도 거르며 생각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남들보다 2~3배의 시간을 2~3배의 집중으로 하다 보니 빠른 시간 내 깊이 있는 해결책을 내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뿌듯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10년을 일했습니다. 개인적인 성향과도 맞는 방식이었고, 대학원시절 수도 없이 밤을 새본 경험도 많았기에 그에 비하면 돈도 받고 그보다 강도가 적었기에 불만도 없었습니다. 동시에 약간의 인정과 독려와 성장을 느끼며 이렇게 일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점차 강해졌습니다. 한 고민을 머리로만 하고 집에서 컴퓨터를 켜지는 않았고, 생각을 문서로 풀어내야 하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정시퇴근을 했기에 가정에서도 큰 문제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새벽에 일찍 갔다가 4시에 퇴근을 하니 완벽한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정답에 가까운 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답라고 생각했던 일하는 방식이 어느 순간 삐걱거리는 소리가 찾아왔습니다. 소리는 뇌와 신체의 속도가 나란히 가지 못하며 부딪치는 소리였습니다. 뇌는 여전히 빠르게 달리고 싶고 그동안의 성공경험으로 더 빠르게 달리고 싶어 하지만 저의 몸은 더 이상 그것을 받쳐주지 못하는 순간을 맞이한 것이지요.


회사 앞에서 거주하다가 출퇴근 시간이 멀어지고 30분 이하였던 출퇴근 시간이 2시간 수준으로 늘어나자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물리적으로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스스로 특정기간 동안에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고민의 양과 깊이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스로에 대한 불만족이 커져갔고 이러한 불만족은 기존에 삶을 지켜주던 원칙을 깨기 시작했습니다. 부족한 고민의 양과 깊이를 채우기 위해 야근을 하기 시작하고 그래도 부족한 것은 집에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애씀이 부족했다고 판단했고 더 애쓰는 것으로 그것을 채우려고 했던 것이지요.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필연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사실은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점에 명백히 증명되었습니다. 무언가 몸의 이곳저곳이 계단식으로 안 좋아지는 증후를 느꼈고 체력 또한 아무리 영양제룬 먹어도 금방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에 부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건강검진 결과로 완벽히 증명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건강의 적신호 수치가 감지되었고, 살면서 처음으로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건을 겪고 찾아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10년 정도의 회사생활을 하고 난 30대 후반 40대 초반 즈음에 계단식으로 신체역량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리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머리가 하는 의지와 몸이 못 따라가기 시작하는 계단에서 직장 2막의 균열을 만났습니다. 아무리 낮은 계단이라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발을 디디면 순간적으로 온몸이 휘청이고 균형을 잡지 못하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느꼈던 균열의 순간이 딱 이랬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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