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로 출근합니다.
2023년 봄.
나는 명함 하나 없이, 교문을 들어섰다.
누군가는 새 교복을 입고, 누군가는 교직원증을 목에 걸고,
당연한 듯 자기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 틈에서 나는 조용히, 아무도 불러주지 않은 자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출근기록도 없고, 출입카드도 없고, 월급도 없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 8시 30분이면 나는 어김없이 도서관의 불을 켰다.
누군가는 ‘학부모’라 말했고,누군가는 ‘그냥 봉사겠지’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곳에서 하루하루, 나만의 직업정신으로 살아냈다.
도서관은 사서가 공석이었지만,다행히 도서관 담당 선생님이 계셨다.
하지만 그 선생님은 1학년 담임을 겸하고 계셨고, 학기 초라 하루하루가 너무도 분주해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이 쓰였다.
“도서관 일이라도 내가 덜어드리고 싶다. 조금이나마 도와드리고 싶다.”
그런 마음이 조용히 피어올랐다.
그렇게 나는 조용히 도서관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오기 전, 책을 정리하고 서가를 닦고 묵은 먼지를 털어냈다.
책 사이사이 쌓인 시간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대출 시스템도, 도서 분류도, 심지어 책 한 권의 등록 방식조차 낯설었다.
하지만 모른다고 피하지 않았다. 두려움보다 먼저 움직인 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책을 들고 오던 아이가 나를 향해 말했다.
“선생님, 이 책은 어떤 내용이에요?” 그 순간, 내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았지만나는 분명히 존재했고, 그 자리를 책임졌다.
책사랑어머니회 회장으로서,한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나의 꿈을 위해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스스로 선택한 자리를 매일같이 지켜내는 것.
그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나 자신에게 먼저 증명하고 싶었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학교로 출근했다. 명함은 없었지만,
가슴 속엔 또렷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