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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Aug 10.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6/100

못생긴 딸

30년도 더 전에 집안에 첫 아이가 태어났다.


아빠는 장남이고 나는 그 장남의 첫 아이로, 온 집안의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태어났다. 할머니는 그 당시의 여자가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남아선호사상은 있었지만, 그래도 첫 아이인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 우리 집엔 결혼 안 한 아빠의 동생들 그러니까 고모, 삼촌이 같이 살았다. 이제 막 20대에 접어든 고모와 삼촌은 첫 조카를 참 좋아했었을 일이었다. 지금도 할머니는 내가 태어난것이 기뻐 본인의 보석 반지를 맞춘 일을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한다. 얼마나 기뻤으면 내가 반지를 맞췄어. 앞뒤가 안 맞는 말인 거 같지만, 할머니는 그 나름대로 나의 탄생을 기념하고 싶었을 것이다.


엄마는 나 때문에 많이 울었다. 내가 못생겨서. 아니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남들이 예쁘다고 이야기해주지 않아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참 우리 엄마다.


태어나자마자 애를 안고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은 '어머 애가 이뻐요'란 말 대신 ‘애 눈이 약간 사팔뜨기인 거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사팔눈은 사시증으로 눈의 정렬이 맞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그런 말을 들은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은 가지 않는다. 특히나 우리 엄마는 더더욱. 병원으로 데려가니 의사는 심각한 사시증은 아니라고 했다. 애가 코가 너무 낮아서 사시증이 있는 거 같은데 자라면서 괜찮아 질 거라고. 세상의 모든 아이가 사시증이 있는 것은 아니니 내 코가 유독 더 심하게 낮았겠지. 물론 지금은 사시증 없이 잘 살고 있다. 빼어나게 높은 코는 아니지만 비난받을 만큼 낮지도 않은 코와 함께.


내가 100일 때 엄마는 또 울었다. 100일 사진을 찍고 사진관에 사진을 찾으러 갔는데,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예쁘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할머니에게 입맛이 없다며 저녁도 먹지 않고 방에 들어가 있었다고 했다. 매정한 사람들. 좀 이쁘지 않아도 이쁘다고 해주지. 아기들은 다 이쁜 거 아니었나?


아무튼, 못생겼던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다. 지금도 빼어난 외모(?)는 아니라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못생김에 대한 사건이 이다지도 많은걸 보면 어렸을 땐 정말 지독히도 못생겼었나 보다. 그 와중에 고모는 3살 때부터는 너무 예뻤다고 위로해 줬지만, 너무 예뻐진 건 정말 아닌 거 같다.


이런저런 나의 못생김 일화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는 우리 아빠의 사건이다. 아빠가 이제 막 태어난 나를 처음 보자마자 한 말은 ‘야~ 괴물이다’ 였다고 한다. 원래 첫아이 첫딸은 다 이쁜 거 아닌가? 아무튼 그렇게 냉철하게 나의 외모를 비판한 아빠는 내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병원에서 애가 바뀐 거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고 했다. 내 동생이 태어나고 그 이야기는 쏙 들어갔는데 어렸을 때 동생이 나와 쌍둥이처럼 닮았기 때문. 왠지 아빠 깨소금 맛이라며 낄낄대다가도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그렇게 못생겼어도 나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고 했다. 내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집안 모든 사람이 모여서 회의도 했다. 할머니는 엄마가 나를 낳아놓고 3개월 만에 일터로 돌아갔을 때 더 기뻐했다고 했다. 종일 혼자 나를 볼 수 있어서.


그리고 이런 이야기의 끝은 항상 야 근데 너 정말 못생겼었어로 마무리된다.

씁쓸해.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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