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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Aug 11.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7/100

수족냉증으로 배우는 인생

안 해본 것이 없다. 이놈의 수족냉증을 고치려고.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여고생이었던 먼 옛날 나는 추운 겨울에도 스타킹 신기를 거부했었다. 그 당시에는 까만 스타킹에 흰 양말을 신는 모나미 패션이 한창 유행할 때였다. 내가 대단한 패셔니스타는 아니었지만 (아니 사실은 그 정 반대), 나는 그 모나미 패션이 너무 싫었다. 매번 학교를 갈 때마다 맨다리를 내놓고 가는 나에게 엄마는  등짝 스매싱과 함께  안 춥냐며 잔소리를 했었지만 나는 그렇게 쌩 맨다리로 용감하게 겨울을 났던 여고생이었다.


패 알 못(패션 알지도 못하는 인간) 으로써 패션은 핑계고, 그냥 그때는 스타킹이 귀찮았다. 그리고

그때는 그렇게 맨다리로 한겨울을 보내는 것이 가능했다. 집안에서도 수면 양말을 신고 지내는 지금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겨울에도 용감하고 당당했던 나는 언제부턴가 손발이 시려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손이 시리다. 한겨울에 내 손을 잡는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손만 시리면 다행인데, 발도 손과 다를 일 없다. 겨울만 되면 발이 꽁꽁 얼어 걷는 것이 불편할 지경이다.     여름에도 몸은 더워서 땀이 나는데 손발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처음은 한약이었다. 비싼 돈을 주고 유명하다는 의원한테 가서 체질검사를 하고 한약을 지어왔다. 한약을 먹으며 한의사가 추천한 돼지 사골, 차 뭐든 열심히 먹었지만, 수족냉증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운동도 했다. 운동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져서 냉증이 개선된다나? 하지만 나는 운동을 해서 몸에 땀이 비 오듯 나도 몸을 만지면 싸한 냉기가 느껴지는 그런 사람임을 운동을 통해 배웠다. 다음은 영양제.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매일 한주먹씩 털어 넣어도 봤다. 반신욕?, 족욕? 다 해봐도 증상은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포기하고 살기로 했다. 그냥 나는 이런 체질임을 받아들이기로. 뭐 특별히 크게 불편한 거 없으니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 체질을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자고. 그런데 절대 개선될 것 같지 않았던 이 냉증이 요즘 식단 변화로 개선되고 있다.


가공식품, 밀가루, 설탕을 제한 지 두 달. 요즘은 밥을 먹고 나면 온몸에 열이 도는 느낌이 든다. 가끔은 손발이 따뜻하다 못해 뜨거울 지경. 생전 처음 있는 경험에 어안이 벙벙하고 손발이 따뜻한 것이 이렇게 좋은 느낌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남들은 다 그런 느낌으로 그동안 살아왔던 것인가?


그동안 냉증을 고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한약도, 영양제도, 운동도. 뭐든 더 하려고 했을 때는 고쳐지지 않던 체질이 덜 하려고 하니까 고쳐졌다. 좋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좋지 않은 것을 버리려고 노력하라는 말이 새삼 와 닿는 요즘이다. 뭐든 더 하는 것보다 비워내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거보다 행복하지 않게 만드는 것들을 제거하는 것이 더 이롭다. 몸에 좋지 않은 것을 넣지 않으면 알아서 건강해지는 것처럼.



할머니가 아침마다 영양제를 한 줌씩 먹는 걸 보며, 아유 어른이 되면 저렇게 건강해지고 싶을까?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나는 그보다 더한 어른이 되었다. 그거에 한술 더 떠 건강으로 인생의 행복까지 논하고 있는 이 쪼잔한 모습이란. 나도 20대 청년들처럼 건강일랑은 관심도 없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매일 술 먹고, 빈속에 라면을 넣으며 건강에 좋지 않겠지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그 시절 말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때부터 열심히 관리해서 아주 건강한 어른이 되어야지.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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