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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Aug 15.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11/100

빵. 이 아름다운 음식

도대체 빵이란 건 누가 발견했을까?


밀가루에 물을 넣고 열심히 반죽해서 불에 구우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된다는 건 누가 발견한 거지? 게다가 버터나 우유를 함께 넣어서 반죽하면 더 맛있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된 거냐고. 더 신기한 건 이제부터야. 밀가루에 이스트를 넣고 한참을 기다리면 이스트들이 탄산가스를 만들어서 빵을 포슬포슬 쫀득쫀득하게 한다는 건 정말 기가 막히지 않아? 무슨 생각으로 밀가루 반죽에 이스트를 넣을 생각을 한 거지?


더 어이없는 건 시폰 케이크야. 달걀흰자와 설탕을 팔이 떨어질 정도로 저어서 단단하게 휘핑한 다음에 거기에 밀가루, 달걀노른자를 넣어서 구우면 시폰 케이크가 되는데, 이건 정말 섬세한 빵이거든. 휘핑 정도나 오븐의 온도, 그리고 식히는 온도까지 예민하게 반응해서 영 쉽지가 않은 빵인데 이걸 누가 생각해 낸 거냐고.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야. 왜 이런 아름다운 음식을 만들어서 나의 다이어트를 이렇게 힘들게 하냐 이거야. 건강해지려면 절대적으로 피하라는 빵을 왜 만들었느냐는 거지. 건강한 식단에서 제일 피해야 할 것이 밀가루와 설탕인데, 빵은 그 두 개의 완벽한 조화로 만들어지는 거잖아. 정말이지 빵만 아니었으면 내가 지금 10배는 건강하고 100배는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을 거야.


요즘은 더 문제가 심각해. 듣도 보도 못한 빵들이 매일 나오는 거 같은 느낌이야. 이름도 길어서 더는 외우지도 못하는 유명한 빵들로 꽉 찬 베이커리가 늘어나고 있어. 아는 맛일 듯 또 새롭고 신기한 빵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홀린 듯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이거 나만 그러는 거야? 달곰하고 폭신한 빵을 한입 먹을 생각을 하면 벌써 신이 나는 거지. 그러다가도 도톰한 나의 아래 뱃살을 보면 저 빵을 만든 그 사람을 만나 한 대 치고 싶다니까? 빵만 없었으면.


요즘은 밀가루가 나쁘다는 건 사람들이 다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노 밀가루 빵도 생겼어. 맙소사.. 진짜 세상에 엄청난 사람들이 많다니까? 그렇다고 노 밀가루 빵이 건강하냐? 그건 또 아니야, 거기에 들어간 크림, 설탕, 지방은 어떻고. 결국, 빵은 그냥 맛있기만 한 총체적 난국의 음식이야.


그런데 왜 이 말을 하고 있냐고? 지금 막 내가 빵을 사 왔거든?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이야. 한 달을 참았다가 케이크 세 조각을 사 왔는데 정말 빵 박스를 들고 오면서부터 이 신나는 마음을 주체를 못 하는 거. 아마 오늘 먹고 나면 또 한동안은 한참을 참아야 될 거야. 그 참아야 되는 시간이 벌써 화나는 거지. 차라리 이게 없었으면, 빵이라는 이따위 음식이 없었으면 참아야 될 이유도 없는데 말이야.



그래도 오늘 사 온 헤이즐넛 당근 케이크와 클래식 커 스타스 파이는 너무 아름답고 맛있다.

빵 못 먹고 건강하게 오래 살아서 뭐 하겠어..? 행복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니야? 아차, 얼마 전에 내가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던가? 제기랄, 도대체 빵이란 건 누가 발견한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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