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물에는 흙이 섞여 있습니다. 흙이요.
별도로 수질관리를 하는 컴파운드나 호텔 같은 곳은 모르겠습니다만 일반 주택은 물에 흙이 섞여 있습니다. 듣기로는 물이 귀해서 바닷물을 탈염처리해서 상수도로 공급한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상수도 파이프에 흙이 있나 봐요.
어쨌든 중요한 건 수돗물을 틀면 흙이 섞여 나온다는 사실이죠. 그래서 식수는 무조건 생수를 주문해서 마셨습니다.
20리터짜리 생수통을 4~5통 사서 쓰다가, 다 쓰면 미리 90장씩 한꺼번에 구입해 둔 바우처 한 장을 빈 생수통에 꼽아서 현관 앞에 놔두죠. 일주일에 한 번씩 물차가 동네를 돌면서 빈 물통을 새 물통으로 교체하고 갑니다.
이렇게 생수통에 디스펜서를 꼽아 씁니다 생수통을 제때 못 내놓거나 바우처를 깜빡하면 다음 식수 공급까지 일주일을 남은 물로 버텨야 해요. 물론 마트에서 생수를 얼마든지 팝니다만 아무래도 비싸거든요.
생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샤워는 역시 수돗물로 하게 됩니다만, 저희는 둘째가 2살이라 수돗물을 그대로 쓰기 불안했어요. 그래서 필터를 구입했습니다. 수도꼭지에 다는 필터인데요. 처음에는 이렇게 생긴 걸 샀죠. 한국에서도 많이 쓴다더라고요.
수도꼭지에 필터를 장착했습니다 평범하게 사용하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필터가 하루 만에 누렇게 변하더라고요. 뭔가 문제가 있나 싶어서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그 결과, 사우디에서 이 수도꼭지 필터의 수명은 [연속 사용 시 약 20분] 정도로 판명됐습니다. 시험 삼아 물을 계속 틀어놨더니 20분 뒤에 이렇게 변하더라고요. 물론 실생활에서는 잠깐 손 닦고 잠깐 얼굴 씻고 하니까 3일 정도 쓸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흙이 꽉찬 필터 99.9 ~♪ 사랑도 99.9 ~♪
흙이 꽉찬 필터 99.9 ~♪ 사랑도 99.9 ~♪ 색이 이렇게 됐다는 건 속에 흙이 꽉 찼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물살이 눈에 띄게 약해집니다. 시원하게 -물론 실제 물 온도는 항상 뜨겁습니다만- 쏴아하고 나오던 물이 수도꼭지 가장자리를 따라 질질 흐르니까요.
아무래도 못 쓰겠어서 필터를 바꿨습니다. 사우디 마트를 다 뒤져봐도 파는 곳을 못 찾아서 우리나라에서 거금을 주고 택배로 받았어요. 10인치짜리 농업용 하우징과 필터입니다. 이 정도 사이즈가 나오니까 샤워처럼 물을 많이 써도 보름은 버티더라고요.
10인치 하우징 (출처 : 구글) 셀프 설치도 간단합니다 문제는 이걸 쓰면서 물에 흙이 얼마나 많이 섞여 있는지 눈으로 확인을 하고 나니 떼버릴 수가 없게 된 것이죠. 몇 개월에 한 번씩 비싼 필터를 더 비싼 항공택배비를 내가며 40개씩 공수해서 썼습니다.
마당 수도꼭지는 좀 더 간편한 필터 물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 나중에는 씨꺼매진 필터를 안 갈고 수압만 유지된다면 한 달도 버티고 그랬습니다만.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