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굳이 네카오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실적 발표 시즌을 맞이하여, 올해 2분기 실적을 나란히 공개하였습니다. 공개된 실적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이번 컨퍼런스 콜에서 나온 발언들도 화제를 모았는데요. 먼저 카카오의 남궁훈 대표는 카카오의 향후 비즈니스 전략을 설명하며, “우리 사업의 본질은 광고와 커머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라고 선언하였습니다. 또한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의 경쟁력은 검색 – 커머스 – 결제로의 탄탄한 선순환 실현”에서 나온다고 발언하였고요. 재미있게도 국내를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 두 곳 모두 본인들의 핵심 사업이 커머스라고 밝힌 겁니다.
그런데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이들을 커머스 회사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약 10년 전 네이버가 오픈마켓 사업을 막 시작하던 때만 해도 시장을 독식하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놓고 커머스 시장으로 향하겠다고 해도, 예전만큼 잡음이 많이 들리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압도적인 검색 점유율과 국민 메신저를 가지고도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하는데 사실상 실패하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실적을 자세히 뜯어보면, 둘의 커머스 사업이 애초에 생각했던 로드맵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네이버는 여전히 쿠팡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 내 압도적 강자이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네이버가 작년 3월 밝혔던 포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네이버는 2025년까지 국내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커머스 사업자가 될 거라는 포부를 밝힙니다. 네이버가 이러한 야망을 당당히 밝힐 수 있었던 건, 정말 무섭게 성장하던 스마트스토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신규 판매자 수를 밝히지 않기 시작합니다. 네이버의 성장엔진이 어느새 꺼져 버리고 만 겁니다.
아니 올해 2분기에도 네이버의 쇼핑 거래액은 10조 3천억 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20.8%나 성장하지 않았냐고요? 같은 기간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률이 15.2%인데요. 스마트스토어의 거래액 성장률은 브랜드스토어를 제외하면 11.7%로 평균보다도 낮습니다. 여행 및 예약 거래액이 2배 가까이 늘면서 선방하긴 했지만, 쿠팡과 외형 규모 경쟁을 지속하기엔 확실히 동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네이버는 외형을 키워, 점유율 30% 고지를 먼저 점령하기보다는, 거래액 대비 매출액 비중, 즉 take-rate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 중입니다. 그래서 크림도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수수료 부과를 시작하면서, 수익을 내려하고 있고요.(이에 따라 크림의 거래액은 전분기 대비해선 약 5%가량 줄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브랜드스토어를 키우는 것도 성장보다는 수확을 위한 액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거래액을 창출하기보다는, 기존 네이버 쇼핑검색을 통해 발생하던 것을 네이버 내부 거래로 전환시키는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네이버 쇼핑에서는, 해당 셀러의 자사몰이나 타 플랫폼으로 이동하여 결제가 이루어지곤 했습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생태계를 더 확장하고, 더불어 네이버 페이의 결제금액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그나마 양반입니다. 카카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데요. 일단 그래도 시장 성장률을 여전히 상회하는 실적을 올리는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오히려 커머스 매출이 시장 평균만큼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반대로, take rate이 높아서 매출액은 크지만, 거래액 자체가 너무 작다는 것이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직매입 등에 도전하였지만 성과는 시원찮았고요. 톡딜도 기대만큼 터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1년 동안 커머스 부문 매출액도 횡보를 거듭하고 있고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카오는 7개월 만에 커머스 부문을 다시 사내독립기업 형태로 분리하였습니다. 커머스 사업 전략의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간 시그널이라 할 수 있는데요.
조직 개편과 더불어 일단은 카카오톡 프로필 개편을 통한 선물하기 사업 강화를 추진 중입니다. 우선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이고요. 당장은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을 길이 없으니, 무작정 거래액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우선 최대한 이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택한 겁니다. 따라서 아마 당분간은 카카오의 커머스 사업이 예전만큼 빠르게 성장하기는 어려울 거고, 선두 업체들과의 거래액 격차 또한 더욱 벌어질 겁니다. 적어도 이커머스 빅3 경쟁 구도에는 들어가고자 했던 카카오의 의도는 완전히 깨지게 된 셈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전략 방향 선회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커머스 이외에도 콘텐츠와 글로벌이라는 훌륭한 대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미 이커머스 1위 경쟁 자체는 쿠팡에게 승기가 기운 상황이긴 합니다. 따라서 다른 선택지가 있는 상황에서 둘은 끝까지 출혈경쟁을 고집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솔직히 광고와 커머스는 콘텐츠나 해외 신사업 투자를 위한 캐시카우 역할만 해줘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고요.
그래서 “네이버와 쿠팡을 제외하면 다른 (커머스) 경쟁사들은 오히려 역성장하는 곳이 많을 거라고 본다”는 네이버 김남선 CFO의 발언이 더욱 무섭게 다가옵니다. 시장 내 플레이어 중 대다수는 커머스가 사업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물가가 올라가고,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질수록, 결국 시장 내 선두 업체들에게 쏠림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고요. 따라서 네이버처럼 현재 거래액 규모로도 최상위권에 들거나, 혹은 카카오처럼 독립된 버티컬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곳이야 말로 진짜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이유로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위기론은 한동안은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