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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Mar 28. 2023

깊은 밤의 관심법

 저녁밥 먹고 놀고 책 읽어줄 때까지만 해도 아이들한텐 아빠가 최고다. 아내가 서운하다는 얘길 할 정도로 우리 애들은 아빠를 찾는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면 책 읽던 소파의 내 옆구리 양 옆에서 팽 튀어나간다. 썰렁해져서 소파에 혼자 남고, 작은 방에서 세 여자가 뭣이 그리 재밌는지 저들끼리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잠깐이지만 고추 뗄까 생각도 하다가 접는다. 그만큼 질투가 난다.


 우리는 작은 방에서 넷이 함께 잠든다. 아침까지 통잠을 자는 경우도 있고 어쩔 때는 아내와 나만 깨서 안방으로 건너와 따로 잠이 든다. 요즘은 첫째가 초등학교에서 일찍 돌아와 낮잠을 못 자는 바람에 거의 아침까지 잔다. 애들 재우고 한잔씩 홀짝이던 와인도 영 피곤해서 입에 대기 어렵다. 잠을 잘 때 애들은 엄마의 오른편 벽이 있는 구석자리를 선호하는데, 아빠 엄마 사이에 끼어 자는 왼쪽 자리는 그래서인지 인기가 없다. 엊그제는 구석 자리를 두고 저들끼리 싸우는 걸 보고 있자니 심통이 났다. 그래서 그날의 구석자리 임자였던 첫째에게 한마디 했다.


 너 사실 아빠 싫어하는 거지


 희미한 수면등 하나만 남기고 불을 껐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가 싶었는데 첫째가 히끅히끅 하더니 곧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왜 그래. 물었더만,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서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아빠가 농담으로 한 말이야. 네가 아빠 옆에 안 눕길래. 그러고는 우는 딸을 달랜다고 주저리주저리 무어라 애정공세를 한 십 오분 한 것 같다. 그러자 이번엔 둘째가, 왜 언니한테만 관심해. 왜 언니한테만 관심하냐고. 하면서 따라 울었다. 또 달랜다고 내 입만 바빴다. 아무튼 그러다 진이 다 빠져서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노트북 열어서 새벽같이 글 한 편 적고, 커피 한 잔 진하게 내려 아내와 두서없는 아침인사 주고받으니 출근할 시간이 다 됐다. 현관문 앞에서 서로 짠한 마음이 되어 끌어안고 등을 쓸고 있으려니까 둘째가 우다다 달려와 다리에 매달렸다. 첫째도 쭈뼛거리다 아내와 나 사이를 파고들었다. 전날밤의 자리싸움 2차전이었다. 싸움에 밀려난 나는 승자의 마음이 되어 출근했다. 이제 정말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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