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와 구급차와 똥과 나

by 백경

경찰차는 세단이라, 더러워지면 세차가 어려워요.

구급차도 더러워지면 안 돼요. 환자 태워야 되거든요.

물청소 하면 되지 않나요?

그럼 경찰차도 물청소 하시죠?

에이, 무슨 말씀을 그렇게.


아직 구급차를 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이때는 지금과 달리 인간에 대한 경멸과 불신이 내 안에서 한창 복리이자처럼 쌓이고 있었다. 밤낮 안 가리고 술 퍼먹는 인간들은 인생을 왜 저리 낭비하나 싶었고, 제 가족에게 손찌검을 하는 쓰레기들은 도처에 널렸고, 살기 싫어 스스로 죽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아서 거의 지겨워지던 참이었다. 오며 가며 만나는 경찰도 싫었다. 경찰은 아픈 곳도 없는 주취자가 길 가다 넘어져서 가벼운 찰과상이 생긴 걸 두고 소방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목 맴 자살건이라도 있으면 방에 들어가서 천정과 목을 잇는 줄을 끊어내는 건 늘 구급대 몫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땅한 장비가 없어서 그런 건데, 손 놓고 있는 경찰들이 당시엔 너무 얄미웠다.


길거리에서 바지 아래로 제가 싼 똥을 흘리며 걷는 남자가 있었다. 노숙자였고, 술에 취해 있었고, 몸은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었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았다. 경찰은 우리에게 남자를 시 외곽의 노숙자 쉼터로 이송해 달라고 부탁했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경찰차 더러워질까 봐 구급차를 불렀다고 생각하니 열이 뻗쳤다. 그래서 위에처럼 경찰차는 세단이라고 주워섬기는 말이 어이가 없어서 그럼 구급차는 네단이다! 하고 되치고 싶은 걸 꾹 눌러 참고 대화를 이어가던 참이었다.

상황실에 한 번 연락해 보겠습니다.

네 부탁 좀 드립니다.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본부 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119입니다.

네, 여기 OO구급대 응급구조사 OOO입니다.

아, 네, 반장님.

경찰분들이 자기들 차는 쎄에단이라고 이 분 구급차로 쉼터까지 이송해 달래요.

네?

어떻게 할까요. 이송해요?

잠시만요. 수보요원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상황실 윗선의 누군가와 상의를 하는 동안 경찰과 우리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잠시 뒤, 수화기 너머로 낭랑한 목소리가 말했다. 그냥 이송하시면 됩니다. 경찰은 얼굴로 아싸라비야를 외쳤고, 나는 꼭 하기 싫은 일을 엄마가 시켜서 하는 애처럼 굴었다. 병원 가는 것도 아닌데 이송해요? 징징대 봤지만, 네, 그냥 이송하시면 됩니다. 낭랑한 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남자의 온몸을 방수포로 둘둘 감고, 바지 아래로 똥이 흐르는 걸 막기 위해 감염방지용 덧신까지 신겼다. 그렇게 미라처럼 만들어서 구급차에 싣고 쉼터까지 달렸다. 운전원에게 싸이렌을 켜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쉼터에 도착하니 이번엔 쉼터 관리인이 남자를 안 받으려 해서 문제였다. 그 남자가 시설을 찾은 다른 사람들에게 종종 패악을 부리는 진상 단골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온몸에 똥칠을 했으니 더더욱 안 될 일이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경찰과 관리인은 남자를 쉼터 앞마당 수돗가에서 깨끗이 씻겨 들여보내는 것으로 겨우 합의를 봤다.

소방관 분들은 이제 들어가 보세요. 경찰차는 세단이라고 말했던 경찰이 내게 말했다.

저희도 좀 도와드릴게요.

아니에요. 원래 우리 일인데요, 뭘. 하며 그는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무릎까지 제복을 걷어붙이고 물이 나오는 호스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벌거벗은 남자의 몸을 씻기기 시작했다. 수돗가 구석에 놓인 수세미까지 집어다 맨손으로 꼼꼼히 씻겼다. 쉼터 관리인이 건물 안쪽에서 툴툴거리며 나왔다. 하얗게 세탁된 여벌 옷 한 벌이 손에 들려 있었다.

결국 제일 인간답지 않았던 건 나였다. 똥 묻은 남자를 장갑낀 손으로도 만지기 싫어서 눈살을 찌푸리고, 남자를 싣고 가는 동안 괜히 코를 틀어쥐고,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는 경찰의 말에 손 하나 거들지 않고 쌩 나왔다. 똥이 묻을까 봐 조심한 덕에 옷은 출동한 그대로 말끔했다. 그런 내가 온몸에 똥칠을 한 것처럼 더럽게 느껴졌다. 이날 나는 정말 똥 같이 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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