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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Jul 28. 2023

양꼬치에 취해

 집에서 밥 해 먹는다고 싸지 않다. 반찬이나 대충 놓고 먹으면 모를까 매 끼니 요리를 하기 때문이다. 삶아 먹고, 구워 먹고, 튀겨 먹고, 한식에, 중식에, 양식에, 일식은 칼질이 둔해서 못하고. 어쩌다가 닭이나 한 마리씩 밖에서 튀겨올까. 가끔 해 먹기 귀찮아서 나가 먹을래? 물으면, 뭐 하러? 아빠가 해주는 게 더 맛있어. 답이 돌아온다. 그래서 애들이나 와이프나 집에서 먹으면 많이 먹는다. 아주 빠듯한 살림은 아닌데 식비로 제일 많이 나간다. 엥겔 할아버지도 허허, 거 참, 입맛을 다시고 간다.


 지난번 회식 가서 맘에 들었던 곳을 메모해 뒀다. 프랜차이즈 양꼬치 집이었는데 자리가 넓고 고기도 누린내가 나지 않아서 좋았다. 저녁으로 양꼬치 먹으러 가자! 했더니 역시나 시큰둥했다. 야야, 고기가 막 빙글빙글 돌아가. 얼마나 맛있는데. 하고 꼬셔서 겨우 밖으로 나섰다.


 빙글빙글

 고기가 빙글빙글

 양꼬치가 돌아가아

 빙글빙글

 

 둘째는 곧잘 그런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일단 밖으로 나오니 신이 난 모양이었다. 맞잡은 아이와 아빠 손이 앞뒤로 휘영청 휘영청 솟구쳤다. 첫째는 뒤에서 엄마 손 잡고 조신한 척하며 걸었다.


 두 딸은 촌뜨기처럼 식탁마다 마련된 키오스크(무인 주문 단말기)를 두고 우와 우와 했다. 양꼬치 4인분을 주문했다. 화로 중간에 숯불이 들어섰다. 널따란 쟁반에 스틸 막대에 꽂힌 양꼬치가 수북이 쌓였다. 아이들은 저마다 맘에 드는 꼬치를 하나씩 집어 회전식 화로에 올렸다. 내가 보기엔 다 똑같이 생겼는데 애들 눈엔 뭔가 차이가 있어 보이는 것 같았다. 다른 고기가 익는 건 신경도 안 쓰고 저들이 고른 것만 사랑과 식욕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봤다.

 췻췻 소릴 내며 익어가던 양꼬치가 각자의 접시에 담겼다. 어른들은 매콤한 즈란 시즈닝을, 아이들은 담백하게 소금만 찍어서 먹었다. 한 입 크기 고기가 작은 입에는 먹기 좋아서 좋고, 큰 입에는 천천히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고기 모자라는 거 아닐까 싶을 만큼 다들 잘 먹었다. 술 생각 안 났다면 거짓말인데, 사실 안 마셔도 좋은 기분이어서 관뒀다. 빈 양꼬치 막대가 쟁반에 쌓일수록 꼭 취한 것처럼 흥이 났다. 먹는 것보다, 먹는 걸 보고 있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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