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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Dec 05. 2023

짜장면이 되고 싶다

 그것에 대해 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어머니가 그것을 싫어하셨단 이야기도, 한 그릇에 1500원이었던 시절이 있었단 이야기도 식상하고 중국 본토엔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젠 기본 상식이 되었다. 모두가 아는 그 맛을 아무리 창의적으로 표현하려 해 봐야 그 맛이 그 맛이기 때문에 의미 없는 행위가 될 것 같지만 또 하지 않을 수 없는 건 그게 너무 맛있기 때문이다.


 짜장면은 맛있다. 거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저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거라며 박 터지게 싸우는 두 딸도 짜장면 먹으러 가잔 말에 임시 휴전에 돌입하고 밀가루에 설탕에 미원 범벅인 그런 걸 뭐 하러 먹으러 가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아내도 일단 한 젓가락 먹고 나면 입 안에서 펑펑 터지는 맛의 불꽃놀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직장에서도 점심으로 제육 어때요 돈까스 먹읍시다 전 국밥이요 의견이 분분할 때 누군가 짜장면 가시죠 말하면 그 시점에서 토론은 종결이다. 짜장면 먹자. 그 말엔 분명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사람을 한 데로 모으는 힘이 있다.


 그래서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꽃이 되고 싶노라 노래한 시인도 있지만 대신 나는 너에게 한 그릇 짜장면이 되고 싶다. 그 이름만으로도 그리운, 아는 맛이어도, 설령 하도 먹어서 지긋지긋할지언정 막상 후루룹 입을 맞추면 그 달고 진한 진심에 익숙함의 벽은 헐벗은 연인들처럼 무너져 한 그릇 다 비워낼 때까지 사랑하길 멈출 수 없는 그것. 탄수화물 폭탄이라 인슐린 스파이크를 일으켜 먹고 나면 미친 듯이 잠이 오게 만드는 그것. 그래서 마치 자장가를, 아니 짜장가를 듣는 듯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그것.


 진한 갈색 소스 위 고춧가루 한 숟갈 촤르륵 뿌리고 쓱쓱쓱 비벼서 반들반들 윤이 나는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싶다. 배불리 먹고 난 뒤에 아차 싶어 다시 젓가락을 들고 반달 같은 단무지 하나 집어 그릇에 묻은 아쉬움 한 조각까지 싹싹 긁어서 먹고 싶다.


 그렇게 사랑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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