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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Jul 13. 2024

나의 아침은 애도로 시작한다

오전 6시, 90대 여성, 의식 없음. 머릿속에 그려지는 건 곧 부분에서 전체로 스며들 아지랑이 같은 삶이었다.


구급차는 조용히 달렸다. 아침 시간에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며 민원이 걸리는 경우가 잦아서다. 주말이라 지나는 차는 적었다. 환자를 만나자마자 목동맥에 검지와 중지를 얹었다. 동시에 환자의 얼굴을 살폈다. 유행이 지난 시푸른 눈썹 문신, 짧게 자른 백발, 치아가 없어 싱크홀처럼 가라앉은 입. 김정자님, 김정자님. 할머니는 눈을 떴다가 곧 감았다. 잠을 이기지 못하는 신생아처럼 누운 채로 졸았다. 활력징후는 모두 정상이었다. 말씀도 잘하셨는데 왜 저러실까요, 묻는 보호자에게 나는 매번 하는 거짓말을 했다. 정확한 건 병원에 가서 검사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사실은 어머님의 모래가 아래로 다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의 아침은 희망이 아닌 애도로 시작한다. 밤새 셈이 밝은 우주가 대출 이자 마냥 출금한 넋의 숫자를 헤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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