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에 제일 많이 걸리는 민원 중 하나가 ‘구급대원이 친절하지 않았다.’이다. 집 밖으로 걸어 나온 환자에게 택시를 타시지 그랬냐고 말한다던가, 주취자와 더불어 말싸움을 한다던가, 심지어 어느 때엔 구급차를 거칠게 몰아서 그런 민원이 걸린다. 그래서 이따금 본부에서 사람이 나와 구급대원들을 모아 놓고 정신교육을 한다. 이러이러한 민원이 있으니 환자들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라고. 기분 나빠도 참으라고. 본부 담당자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이런 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쁘다. 친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친절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나마도 전문적으로 그런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아마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구급대원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억울하게 여기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에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기분 나빠도 친절하라’에서 ‘친절이 나를 연단한다’로. 친절을 스스로 의식하고 체득하면 내 삶에 변화가 생긴다. 친절은 아내와 별 거 아닌 일로 말다툼을 한 뒤 내가 먼저 다가가 사과할 수 있게 하고, 말대꾸하는 아이와 인내심을 갖고 대화한 끝에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게 한다. 나아가 환자의 아픔을 별 것 아니라 속단하지 않고 냉정하고 세세하게 관찰하는 태도를 갖게 한다.
그래서 이제 갓 구급대에 들어와 친절을 강요받는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것은 또한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구급차를 타야 할 나 스스로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친절하라. 친절이 나를 보다 나은 인간으로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