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반형: 정말 아파서 구급차에 타는 유형. 의외로 그 수가 많지 않다.
2. 택시형: 집 앞에 나와서 미리 대기하고 있다. 자신의 지병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특정 병원으로 이송을 유도한다.
3. 효도관광형: 명절에 모이는 대가족들에게서 가끔 보이는 유형. 자주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의 건강을 염려하며 구급대를 호출한다. 간혹 별 일 아닌데 구급차를 왜 불렀냐고 말하는 형제와 나머지 효심 가득한 형제들의 말다툼에 휘말릴 수 있으니 주의. 그냥 병원에 데려다주는 편이 속 편하다.
4. 숨바꼭질형: 주로 길에 누워있거나 앉아 있는 주취자를 지나가던 행인이 신고하며 발생. 현장에 나가면 사라져 있다. 소방서로 귀소 한 뒤에 재신고가 들어올 수 있으므로 신고지역 반경 50미터는 살펴볼 것을 권장한다.
5. 금사빠형: 구급대원을 향해, 일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세요. 같은 멘트를 날리는 이성 환자. 한두 번 겪어봤지만 동료들에게 말할 때마다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6. 숙면형: 주로 주취자. 여기저기 아픔을 호소하며 구급차에 오르기 무섭게 숙면모드로 돌입. 병원에 데려가면 환자분류 담당 간호사의 복장뼈 압박 응징(의식 확인을 위한 절차)이 기다리고 있다. 미성년자인 경우 간호사 대신 새벽에 불려 나온 환자의 부모님이 응징을 대신하기도 한다.
7. 연애형: 연인관계인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구급차에 오르는 경우 종종 발견되는 유형. 내가 보기엔 별 일 아닌데 자기들끼린 서로의 아픔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 눈에서 물과 꿀이 뚝뚝 떨어진다. 라디오를 틀어 배경음악이라도 깔아주면 완벽할 것 같다.
8. 고등학교 대선배형: 자택에 모시러 가자마자 구급대원의 신상파악을 시작, 기어이 자신이 고등학교 대선배임을 추리해 내는 유형. 굳이 연락처를 받아가며 밥 사준다는 말을 열 번은 한 것 같은데, 아직 연락은 없었다.
9. 포장이사형: 병원에 입원해서 읽을 책, 세면용품, 갈아 신을 슬리퍼 등을 꼼꼼하게 챙기는 특징이 있다. 출발한 뒤에, 제가 문 잘 잠갔나요?라고 묻는 경우도 있으니 가스밸브, 전기, 출입문의 시건상태까지 함께 확인해 주도록 하자.
10. 생계형: 방문할 때마다 현관에 쌓인 치킨 박스와 소주병이 한결 같이 반겼던, 민머리 남성에게서 발견되었던 유형. 승복을 입고 목탁이 담긴 바랑을 짊어 멘 채 구급차에 오르는 뒷모습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